선거 앞두고…서울 '제물포터널' 강행 논란
서울시가 올 하반기에 제물포터널(신월나들목~여의대로) 착공을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물포터널은 지난해부터 출입구 위치를 놓고 목동 등 양천구 및 강서구 지역 주민들과 여의도 주민들의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착공이 1년가량 지연돼왔다. 이런 와중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공사 강행을 결정함에 따라 여의도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제물포터널 민간사업자인 대림산업 컨소시엄과 터널 착공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제물포터널은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2019년 말께 개통할 예정이다.

제물포터널은 경인고속도로와 남부순환로가 만나는 신월나들목에서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7.5㎞의 왕복 4차선 지하도로로, 사업비는 4545억원이다.

대림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서울터널(주)이 3752억원, 서울시가 793억원을 부담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다. 국내 최장 터널인 강원도 인제터널(10.9㎞), 서부간선지하도로(10.3㎞·2019년 개통 예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터널이다.

현 제물포길은 경인고속도로 진입 차량들로 인해 상습 정체가 빚어지는 대표적인 구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 말 강서·양천구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물포길 하부에 제물포터널을 조성하는 공사를 2018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6월 착공 예정이던 제물포터널 공사는 주민공청회를 거치며 1년가량 지연됐다. 제물포터널 출입구가 들어서는 여의도 지역 주민들은 “여의도가 극심한 교통 정체와 소음, 터널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여의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지난 1월15일 여의도주민협의회를 구성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당시 주민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제물포터널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도 “여의도 주민들의 반대가 있으면 실시협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측 간 다섯 차례에 걸친 협상은 진통을 겪었다. 서울시는 당초 여의도 전경련회관 쪽으로 나 있는 터널 출입구를 올림픽대로와 영등포 지역 등으로 분산시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의도 주민들은 터널 출입구를 목동에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형태경 서울시 도로계획과장은 “제물포터널 착공이 더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실시협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여의도 주민들과 협의를 이어가기 위해 조건부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를 제외한 영등포구 다른 지역과 목동 등 양천구 주민들이 당초 계획에 찬성하며 터널 착공을 요구한 것도 서울시가 실시협약 체결을 서두른 또 다른 이유다.

여의도주민협의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인구 3만명의 여의도 주민 대신 50만명이 넘는 양천구와 강서구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며 “박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약속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