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에는 주말마다 100만명 이상이 몰린다. 대부분이 상기된 얼굴의 젊은이다. 강남·북,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국내 상주 외국인과 여행객까지 가세한다. 연간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 1000만명 중 550여만명이 찾는다. 이들이 무리지어 뒤엉키는 바람에 거리는 북새통을 이룬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입구 쪽에서 미어지는 인파는 거대한 순대 속을 연상시킨다. ‘인파 전쟁’뿐만이 아니다. 계절마다 카페와 갤러리, 패션숍 등의 ‘임대료 전쟁’이 격화된다. 사람들이 몰릴수록 임대료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돈 버는 건 인테리어 장사밖에 없다. 내외국인이 한꺼번에 몰리는 주말에는 잘 곳이 없어 난리다. 인근 호텔들이 신·증축하고 게스트하우스가 늘었지만 ‘숙박 전쟁’은 여전하다.

주말 ‘클럽 전쟁’은 갈수록 참혹해지고 있다. 평소에도 수많은 클럽을 전전하는 죽돌이와 죽순이가 넘친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엔 ‘불금’을 넘어 ‘폭금’에 가깝다.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 외엔 비상 탈출구도 없다. 있어도 잠겨 있기 일쑤다. 지난해 232명이 숨진 브라질 나이트클럽 화재를 떠올리면 섬뜩하다.

한밤의 ‘폭력 전쟁’과 무질서, ‘쓰레기 전쟁’도 문제다. 외국인들의 추태는 단골 뉴스다. 원어민 강사 등 직업도 갖가지여서 ‘폭력 전쟁터’는 넓어진다. 엊그제도 클럽에서 춤추던 미군들끼리 난투극이 벌어져 한 명이 숨졌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인 출입금지를 선언한 식당도 있다.

요즘은 ‘테라스카페 전쟁’까지 벌어지는 모양이다. 황사와 오염물질 등의 위험 때문에 야외 영업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단체 규정과 ‘서구에서는 노천카페가 가능한데 우린 왜 불법이냐’는 항변이 뒤섞여 있다. 이태원이나 동대문은 되고 홍대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는 항의도 잇따른다. 이른바 ‘클럽과 클럽 사이’ ‘밤과 음악 사이 ‘전쟁과 평화 사이’에 홍대 앞이 있다.

홍대를 아끼는 사람들의 아쉬움은 크다. 그나마 산울림 소극장의 정취와 LP판의 낭만이 깃든 복고풍 술집 ‘별이 빛나는 밤에’ ‘곱창전골’ 등이 있어 다행이다. 당인리 발전소로 이어지던 일제시대 철로 위의 ‘서교365’와 경의선 철로 곁의 기찻길 고깃집도 추억의 통로다. 그나저나 이런 전쟁통에 주차장 거리의 명물 캐슬프라하는 잘 있을까. 그 집의 체코 맥주맛은 그대로일까. 깊고 풍취 있는 그 향이 새삼 그립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