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고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내수경기가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관련 부처 장관과 관련 업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은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민생을 챙기는 일에 정부가 적극 나서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징후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어렵게 살린 경기 회복의 불씨까지도 꺼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우리가 다시 주저앉으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지표가 나빠진 다음에 뒤늦게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선제 대응해서 소비심리 위축을 최소화하고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민경기 위축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개혁 등의 정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안전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좋은 규제는 반드시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강화해야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을 막는 나쁜 규제는 과감히 고치고 없애야 한다”며 “공공부문 개혁과 가계부채 축소 등 우리 내부의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한 구조개혁 노력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심리”라며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들은 국민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아픔에는 동참해야 하지만 일상생활은 지속돼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여행·숙박·외식업계 대표들과 소상공인 대표, 세월호 사고 관련 지역 상공인 대표 등 회의 참석자들은 토론회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참석자는 “관광업계는 세월호 사고 이후 지난 7일까지 약 316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고, 관광업계 위축은 여행업과 숙박업, 운송업, 음식업 등으로 이어져 연쇄적 침체가 우려된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이 절반으로 급감해 자영업자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라고 지적했다.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경기 안산지역 상인 대표는 “지역 상인 대부분이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는데 부가세 감면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행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인사는 “수학여행과 단체여행 등 35만명이 취소돼 많은 여행사가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행 ‘활성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행 ‘정상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안전이 담보되는 안전매뉴얼을 제시해 2학기 또는 1학기 후반에라도 수학여행이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9·11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착한 이들이 세상을 떠나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Life must go on though good men die)’라는 시구를 인용해 소비 진작을 강조한 점을 거론하며 “정부가 나서서 ‘일상생활은 지속돼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