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2012년 5월 경기 하남 미사리에서 열린 철강사랑마라톤 대회에서 철강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제공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2012년 5월 경기 하남 미사리에서 열린 철강사랑마라톤 대회에서 철강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제공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56)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허리 밑에 방석을 접어 넣고 바른 자세로 눕는다. 그리고 10분간 하루 종일 긴장했던 허리의 피로를 푸는 스트레칭을 한다. 이어서 둥근 목침을 목에 대고 좌우로 고개를 100번 돌린다. “이렇게 하면 뭉친 목의 근육을 풀어주고 허리 근육도 강화시켜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사장은 오랫동안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다. 침대에서 자기가 힘들었던 그는 지방 출장을 갈 때마다 온돌이 있는 숙소를 찾아야 했다. 유명한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는 등 여러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마케팅 전문으로 격무에 시달렸던 그에게는 너무나 힘든 고통이었다.

그는 최후의 수단인 수술을 받기 전 마지막으로 스스로 자세를 바로잡아보자고 결심했다. 그는 “2010년 말 결국 척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깨닫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면서 여러 방법을 고민했다”고 회고했다.

생각보다 방법은 간단했다. 황 사장은 “집에 있던 오래된 솜방석을 반으로 접어 허리 밑에 받치고 똑바르게 누워 있으니 오랫동안 굽어 있던 허리가 펴지면서 통증이 차츰 가라앉았다”고 했다.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석을 대고 누워 숨을 고르고 몸을 살피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는 것.

아침에는 기(氣) 운동을 한다. 1984년 단학(丹學)을 잠시 배울 때 익혔던 도인법(導引法)을 자신에게 맞게 간소화한 것이다. 황 사장은 “손바닥을 비벼서 열을 내고 기를 모아서 얼굴과 목 머리 단전 등에 비비고 두드린다”며 “하고 나면 자연스레 스트레칭이 되고 힘이 난다”고 소개했다. 이어 윗니와 아랫니를 딱딱 맞부딪히는 고치법(叩齒法)을 100번 하고, 기가 모인 손가락 끝으로 잇몸을 100번 두드린다. 황 사장은 “급하게 하면 20분, 여유있게 하면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황 사장은 포스코에서 후판판매실장, 마케팅본부장, CR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쳤다. 포스코그룹에서 손꼽히는 ‘마케팅 전문가’다. CR본부장 시절에는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항공기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조직문화를 돌아볼 계기로 삼자”는 소신 발언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황 사장은 지난 3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 취임과 함께 포스코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포스코에너지는 발전 사업을 맡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권 회장이 추진 중인 포스코 및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에너지군(群)의 맏형 노릇을 할 회사다. 내년 이후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다.

CEO의 책임감 때문인지 황 사장의 어깨는 요즘 더 무거워졌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무엇일지 생각하다 보면 아침 기 체조나 저녁 스트레칭 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며 “요즘엔 송전탑·선로가 필요없는 친환경 연료전지 부문을 키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오랫동안 바르지 않은 자세로 살아온 것이 어느 날 허리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기업도 잘못을 개선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사고가 터진다”며 “포스코에너지를 바른 자세를 갖춘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