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씨의 ‘숲 속의 하루’.
이영순 씨의 ‘숲 속의 하루’.
‘식물세밀화(botanical illustration)’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이영순 씨(55)의 개인전이 오는 13일까지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김영사 건물 2층 북갤러리에서 열린다. ‘생명의 환희’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붓을 통해 다양한 야생화와 조류·곤충을 세밀하게 그린 근작 13점이 선보인다.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꽃과 새들은 친근하면서도 화려하고, 깜찍하면서도 멋스럽다.

식물세밀화는 서양에서는 대중적 미술 장르로 알려졌지만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장르다. 단순히 식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일반 동식물과 곤충을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그림으로 녹여낸다. 에너지관리공단 주관 에코에너지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이씨는 국내외에 식물세밀화를 알리는 데 적극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나와 한동안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해오다 2009년부터 방향을 틀어 꽃과 나무, 새 등을 수채화 형식으로 그리는 식물세밀화에 전념하고 있다.

이씨는 “식물세밀화에는 대체로 동양화적 미감이 살아있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실제로 동양화처럼 물을 활용했고, 여백을 통해 대상을 부각시켰다. 선의 리듬감도 아울렀다. 그래서 친숙한 꽃과 새를 소재로 하고 고운 색을 칠한 그의 그림은 마치 동화책 삽화처럼 다가온다.

화려하고 말랑말랑한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씨는 “단순히 꽃과 새를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경이로움과 영혼을 담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꽃 작품 한 점을 완성하기 위해 식물의 뿌리에서부터 잎사귀까지 세밀히 관찰하는 것은 물론 성장하는 과정을 주시해야 식물의 영혼을 잡아낼 수 있지요.”

기업인과 직장인, 주부 등을 대상으로 세밀화에 대해 강연한다는 이씨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좀 더 아름다운 각도와 화면 구성을 고민하고, 실제와 가까운 꽃의 색을 나타내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노력과 애정만큼 그림은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고 덧붙였다. (031)955-31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