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21일째를 맞는 가운데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사고 원인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세월호는 화물 과적에 허술한 결박(고박)으로 선회 시 급격히 복원성을 잃었고 배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평형수 역시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무리한 구조 변경과 선체 결함, 대응 미숙 등이 추가로 밝혀지면 구체적인 침몰 원인도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는 일본으로부터 도입 후 증축 공사를 진행, 총 t수가 239t 늘었고 순수 여객 탑승 인원도 921명으로 117명 증가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복원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 화물 987t보다 3배 많은 화물 3608t(자동차 108대 포함)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인천 뱃길을 처음으로 운항한 지난해 3월부터 세월호는 사고 당시까지 평균 3배 이상의 화물을 싣고 운항해왔다. 이 과정에서 선장과 승무원들은 과적 위험을 수차례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지적했지만 무시당했다.

선사 측은 승객을 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과적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화물량을 180여t 줄이는 등 조작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항 전 안전 점검 보고서는 승무원이 허위로 작성했고, 운항관리실을 운영하는 한국해운조합은 사고 이후 보고서의 화물량을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박 부분도 부실했다. 컨테이너 모서리 각 부분에 끼워넣어 컨테이너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콘(cone)이 규격이 맞지 않았고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단과 2단 컨테이너는 콘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거나 일부만 끼워졌다. 다른 일부 화물은 콘이 설치되지 않은 데다 로프로 구멍을 연결해 묶기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콘과 함께 화물을 연결하는 잠금장치인 버클, 트위스트락, 라싱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거나 처음부터 없었던 것.

승용차, 화물차, 중장비, 컨테이너가 실려 있는 C데크와 D데크에는 콘이 전혀 없어 화물이 단순히 쌓여있는 상태였다.

화물 고정시설이 부실한 탓에 침몰 당시 선체와 갑판에 실린 컨테이너와 화물이 배가 기울자마자 순식간에 쏟아지면서 세월호에 충격을 준 셈이다. 심지어 승무원들은 고박(화물을 고정하는 작업) 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사고 당시 세월호 3곳에는 평형수 약 580t이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선실 증축으로 무게 중심이 51㎝ 높아졌으므로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2023t으로 늘리라는 한국선급 기준량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평형수를 관리하는 1등 항해사가 출항 직전 선수의 밸러스트 탱크에 평형수 80t을 넣은 사실도 드러났다.

과적으로 만재흘수선(선박이 충분한 부력을 갖고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 물에 잠겨야 할 적정 수위를 선박 측면에 표시한 선)이 보이지 않자 사 용하지 않는 선수의 밸러스트 탱크에 물을 채워 선미를 올려 만재흘수선이 보이도록 한 것이다.

개조한 배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야 하는데 세월호는 전체 중량을 유지하기 위해 '돈이 되는'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를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는 시속 39㎞의 최고속도를 내며 유속이 빠르기로 이름난 맹골수도로 진입했다.

변침(變針) 당시에는 협로를 운항하면서도 평소 속도인 17∼18노트가 아닌 19노트 이상의 속도를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상 악화로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늦게 출발하면서 운항시간 벌충을 위해 과속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위험 수로인 만큼 3∼5도 각도로 변침을 해야 하지만 훨씬 크게 조작한 경위도 의문이다.

무리한 타각으로 선체가 휘청거렸고 이를 잡기위해 왼쪽으로 키를 무리하게 돌렸지만 복원되지 않고 기울어진 채 조류에 밀려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은 3등 항해사와 조타수가 조타실을 맡은 점, 조타실과 기관실에 모여있다가 가장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의 행적도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증축 업체가 세월호 증축 이전에 5천t급 선박을 증축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부실한 구조 변경과 증축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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