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베가스’
‘라스트베가스’
32세 여인과 결혼식을 앞둔 늙은 난봉꾼 빌리, 아내와 사별한 후 신경질만 늘어난 순정마초 패디, 40년간 함께 산 아내가 비아그라까지 챙겨주며 외도를 허락한 샘, 뇌졸중 재발 위험으로 매일 혈당을 체크하며 사는 아치.

영화 ‘라스트베가스’에서 근 60년간 우정을 간직해온 네 명의 ‘꽃할배’들이 빌리의 결혼식 전날 총각파티를 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아치는 카지노에서 연금의 절반을 걸고 도박을 하고, 샘은 젊은 여인과 바람날 기회를 잡는다. 패디와 빌리는 한 카페에서 중년 여가수와 가까워지면서 지난날 사랑과 우정에 얽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다. 주인공들은 적절한 유머와 위트로 시종 웃음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총각파티는 가족이나 자신을 위해 헌신한 네 주인공의 삶에 대한 출구이자 위로다.

왕년의 대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게 흥미롭다. ‘원초적 본능’의 매력남 마이클 더글러스, ‘대부’ ‘택시 드라이버’ 등의 로버트 드니로, 맥 라이언과 열연한 ‘프렌치 키스’에서 여심을 사로잡았던 케빈 클라인, ‘쇼생크탈출’ ‘용서받지 못한 자’ 등에서 최고의 조연으로 각인된 모건 프리먼 등이 그들이다.

‘위크엔드 인 파리’
‘위크엔드 인 파리’
‘위크엔드 인 파리’도 중년층을 겨냥한 작품이다. 결혼 30년을 맞은 부부가 신혼여행지였던 파리에서 좌충우돌하며 주말을 보내는 이야기. ‘노팅 힐’로 로맨틱 코미디의 교범을 썼던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라스트베가스’처럼 주인공들이 살던 곳을 잠시 벗어나 인생을 관조하는 여정으로 꾸며졌다.

버밍엄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닉(짐 브로드벤트)과 생물 교사인 멕(린제이 덩컨)은 파리에서도 전공만큼이나 다른 성격 탓에 시종 싸운다. 닉은 꼼꼼하고 진지하지만 멕은 엉뚱하고 충동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의 여정은 해로할 수 있는 관계의 비결을 보여준다. 서로 솔직하며 한쪽이 칼로 찌르면 상대편은 기꺼이 피를 흘린다. 그러면 찌른 쪽은 내심 반성한다. 미첼 감독은 부부 싸움에서도 ‘밀고 당기는’ 지혜를 담아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묵었던 호텔의 최고급 객실, 유명 작가들이 묻힌 몽파르나스 묘지 등 파리의 명소들을 음미해 보는 재미도 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