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 첫 단추…'官피아'부터 수술하라
세월호 사태로 박근혜 정부는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다. 공무원들의 실력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사고 인지와 상황 통제 능력은 부실했고 지휘체계와 수습 과정은 우왕좌왕했다. 여기에 산하기관 및 민간과의 오랜 유착관계까지 드러나면서 공무원은 공복(公僕)이 아니라 공적(公敵)이 돼버렸다. 극악 범죄집단을 뜻하는 ‘마피아’라는 단어가 부처 명칭에 붙어 돌아다닌 지가 벌써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공직사회는 이를 비웃듯 여전히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달 한 경제부처 정책국장이 민간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옮겨갔다. 공무원 정년(만 60세)을 3년 앞두고 승진이 어렵게 되자 옷을 벗은 것. 협회 전임자도 관료 출신이었던 만큼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해당 부처의 간부들은 ‘후배를 위한 아름다운 용퇴’로 반겼다. 관가에 인사철이 되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승진인사를 하기 위해 물러나야 할 관료의 자리를 알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억지로 새로운 자리를 만드는 관행은 지난 수십년간 되풀이됐다. ‘관료→산하기관·공기업→협회·조합’으로 이어지는 관료집단 특유의 ‘라이프 사이클’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모든 인사를 싸잡아서 부패의 고리로 매도할 수는 없다. 전문성과 경륜을 살린 이동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갈 자리가 뭘 하는 곳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옮겨가는 것이 태반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 해운조합 이사장을 맡았는데도 조합 본연의 업무인 선박 안전관리를 게을리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강조한 개혁철학이다. 이제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값비싼 희생과 대가를 더 치르기 전에 공직사회 전반의 ‘적폐’에 대한 대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개조의 출발은 ‘중간에 나가더라도 정년 60세는 무조건 보장해줘야 한다’는 관료집단 내부의 불문율에 매몰돼 있는 각 부처의 비정상적 업무 매뉴얼부터 바꾸는 일이다.

■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조직, 사회, 국가 전반의 전방위적 개조와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김홍열 기자 comeco@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