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일감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전북 군산국가산단 내 풍력설비업체 대표 A씨. 그는 “매출이 없다 보니 회사운영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4년 전 풍력메카가 조성된다는 말만 믿고 수백억원을 끌어와 공장을 세웠다가 가동도 못해보고 몇 년 째 매달 4000만~5000만원의 금융비용을 물고 있다”며 “군산에서 풍력을 한다고 하면 금융권에서도 외면해 운영자금 마련도 여의치 않다”고 호소했다.

인근의 B업체 관계자도 “큰 업체들은 조선 등 타사업 분야를 통해 그럭저럭 버텨내지만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업체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바람 빠진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4년째 표류
전북 군산지역 풍력업체들이 만성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군산에 모여든 때는 2010년부터다. 현대중공업이 1097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공장을 세운 것을 비롯해 대림C&S, KM, 세아베스틸, JY중공업, 현대하이텍 등 모두 12개 풍력 관련 기업이 들어섰다.

기업들이 입주한 것은 사업비 10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인 ‘2.5GW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계획 때문이다. 발전용량 1GW급 원자력발전소 2.5개 규모의 초대형 사업을 보고 업체들이 투자했지만 정작 사업은 3년째 표류 중이다.

○대형국책사업 시작부터 삐걱

정부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 실현을 목표로 세운 사업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한국전력과 발전 6개사가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해상풍력의 설립이 3개월여 지연된 데 이어 국방부가 군부대 레이더 전파 간섭우려를 제기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한국해상풍력의 사업설명회도 주민 반발로 지난해 다섯 차례나 무산됐다. 군산항 해상풍력단지 지원항만 건립사업도 2년째 착공조차 못했다. 이로 인해 2013년까지 마무리했어야 할 1단계 100㎿급 실증단지 착공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사업 참여 업체들도 하나둘 사업을 포기했다. 당초 8개 프로젝트 참여업체 중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 유니슨, DMS에 이어 지난달 효성이 참여를 포기했다.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3개사만 남았다. 발전터빈 공급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공급할수록 손해”라는 업체들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에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방부와 레이더 전파협의를 마치는 등 장애요인이 하나둘 걷히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착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바람 빠진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4년째 표류

○4년간 풍력발전기 달랑 1건

참여 기업의 경영난 가중에는 전북도도 한몫했다. 전북도는 그동안 풍력산업 메카 조성 등 각종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냈다. 하지만 도내에서 건설된 풍력발전설비는 4년간 현대중공업이 실증용으로 제작한 2㎿급 1기가 유일하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전북도가 ‘새만금 대형풍력 시범단지사업(20㎿)’을 유치하고도 후속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바람에 사업이 취소되기까지 했다.

김찬규 전북풍력산업협회장(현대하이텍 대표)은 “해상풍력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면 정부의 보다 확고한 추진 의지와 함께 전북도의 산업육성 로드맵 제시 등이 필요하다”며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기술·자금을 지원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산=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