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해소해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바꿀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에버랜드 등 주축 회사 몇 개가 중심이 되는 사업단위 소그룹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작년 6월 7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현재 54개로 줄였는데, 연말에는 이를 18개로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마침 대기업그룹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물론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되는 것이지만, 차제에 털고가자는 의도라고 볼 것이다.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너무 복잡해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았던 터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출자관계를 해소하는 것은 고등수학보다 풀기 어렵다. 막대한 비용도 든다. 시가총액이 2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에 대해 삼성생명은 7.6%, 삼성물산은 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지분을 인수하는 데에만 22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삼성이 3~4개 주력회사를 중심으로 순환출자를 정리하려면 해당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만도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다양한 차등의결권 주식(dual class stock)을 허용한다. 얼마 전 구글은 주식분할을 통해 주당 표결권이 1개인 클래스 A주와 표결권 10개를 가진 클래스 B주 외에 의결권이 없는 C주를 발행했다. 경영권을 지키면서 대규모 자본을 조달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 포드자동차의 대주주인 포드 가문도 10배인 클래스 B주를 보유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가진 클래스 A주는 의결권이 일반주주가 가진 B주의 무려 1만배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벅셔 해서웨이와 구글은 되는데 한국 기업만 안 될 이유가 없다. 그동안 경영권을 안정화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순환출자는 금지시키는 모순적인 법제를 강요해온 것이 정부다. 차등의결권을 허락하면 간단하다. 정부는 자본의 자유로운 구성을 용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