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을 넘기면서 완연한 봄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지금 대한민국은 온 국민의 마음이 얼어붙은 겨울바다와 다를 바 없다. 수백명 학생들의 생사가 아직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누가 맘 편히 봄을 즐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나라 전체가 집단 무력증에 빠진 듯한 모습마저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주말이었던 지난 19일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 놀이공원에는 주말 입장객이 평소보다 10~25%나 크게 줄었다고 한다. 기업들도 사내 행사와 회식을 취소하거나 자제하는 분위기다. 직원들에게 골프, 지나친 음주, 외부 행사를 가급적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곳도 적지 않다. 골프장 식당 등에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호텔 백화점을 찾는 발길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1학기 초·중·고교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5월1~11일로 정한 관광주간에 국무위원들이 휴가를 내기로 했던 계획도 취소한 상태다. 각 지자체에는 지역 축제를 간소하게 치러달라는 요청들이 내려갔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사고이다 보니 온 국민이 애도하고 자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가뜩이나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이런 식이라면 내수가 올스톱될 판이다. 여행이나 레저 외부활동 등이 대폭 줄어들면서 ‘참사 경제’라는 말이 벌써 나올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수회복은커녕 미진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마저 다시 꺾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사와 관련해서는 최후의 한 명까지 구조하고 사고를 수습하는 데 정부와 관계자들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불행을 당한 가족들에게는 위로와 함께 가능한 모든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 그러나 온 나라가 일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일상적인 생활은 그것대로 영위해가야 한다.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간 계속되면 결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우왕좌왕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