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심 가디엘 사장이 특허받은 중개 IP카메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최혜심 가디엘 사장이 특허받은 중개 IP카메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어떻게 해서든 사회로 복귀해야 한다는 각오뿐이었습니다. 저는 엄마니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스스로 극복해야 했습니다.”

최혜심 가디엘 사장은 20대 중반이던 1995년 큰 사고를 당했다. 작은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그는 장기가 손상되고 다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재활에만 5년이 넘게 걸렸다. “걷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과연 내가 앞으로 살아갈 수나 있을까’ 싶었죠.”

○사회복귀 위해 경영공부

최 사장이 가디엘을 창업한 것은 2004년 7월이다. 재활치료를 마치고 같은 일을 하던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낳았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나 자신을 위해,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일터로 반드시 복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 사장은 반대하는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창업 전 1년 동안 직업전문학교에서 회계와 재무관리를 공부했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남편은 폐쇄회로TV(CCTV) 사업을 권했고 최 사장을 적극 도왔다. “처음엔 CCTV 기술자 2명을 직원으로 두고 제가 발로 뛰었습니다. 등기소, 은행 업무도 제가 다 처리했고 관공서에 설계 제안을 하러 뛰어다녔습니다.”

최 사장은 프로그램 짜는 일은 잘 알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구현해줄 하드웨어, 즉 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디엘만의 특화 제품은 전원 선과 영상신호전송 네트워크 선을 한 개로 합친 카메라(중개 인터넷프로토콜(IP)카메라), 밤에 최대 800m까지 볼 수 있는 고성능 옥외감시용 카메라다.

이 밖에 열영상 카메라, 레이저 보안을 접목한 통합 감시카메라, 출입통제 시스템 등 ‘보안’과 관련된 제품을 줄줄이 내놨다. 현재 2개 제품의 특허를 받았고 고성능 카메라와 관련된 5개 특허를 출원 중이다.

그는 “산이나 도로 박물관 항구 건물내부 등 용도에 맞는 제품을 일일이 설계했다”며 “가디엘의 맞춤식 보안 시스템이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군부대·항만 등 주요 기관 지킴이

가디엘의 보안시스템은 박물관이나 세무서, 전파관리소, 교도소, 경찰서, 군부대 등 주요 기관에 많이 설치됐다. 기본적인 출입통제 시스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경비시스템, 외곽 경비를 위한 군부대용 카메라 등 기능별 제품을 다 갖춘 덕분이었다. 필리핀 클라크 공항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공항 보안시스템을 설계하는 중이다.

최 사장은 2009년 방송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2011년엔 세종사이버대에 편입해 사회복지학과 평생교육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프로그래머 출신으로서 제품 개발엔 깊이 관여할 수 있지만 경영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밤에 공부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구로상공회 이사, 구로구 일자리창출협의회 위원을 맡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구로구청에서 예산을 따내 구로단지 회사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 2호점을 내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건 기업의 기본적인 책임이잖아요. 고령화 시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복지와 평생교육학을 접목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