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고, 주민은 가난하고 문명의 혜택을 못 받는 곳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발전이 늦어진 결과 맑은 물과 공기, 울창한 숲, 계곡은 자연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세월이 바뀌고 깨끗한 환경이 중요해진 현재는 개마고원과 쌍벽을 이룬다는 평균 해발 400m의 진안고원과 같은 자연환경을 근간으로 진안군은 한국 제1의 생태건강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하나 남아 있는데 바로 상수도 문제다. 진안군을 비롯 전북 동부내륙에 있는 무주군, 장수군, 임실군은 상수도 보급률이 평균 61.3%로 전국 평균 95%보다 훨씬 낮은데 특히 군 경계지역은 상수도 시설 확충이 쉽지 않았다. 4개 군이 따로 배수관로나 정수장을 건설하기에는 군이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발전위원회가 추진 중인 지역행복생활권사업은 이곳 네 개 군 입장에서는 ‘줄탁동시(啄同時)’와도 같다. 진안군은 무주, 장수, 임실군과 함께 생활권을 구성하고 ‘무진장 경계지역 오지마을 지방상수도 공급’ 사업을 제안했다. 4개 군이 정수장과 배수지 등 상수도 시설을 공동 사용하면 비용도 분담할 수 있고, 배수관로 단축을 통한 예산 절감으로 4개 군이 각각 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안군과 같이 지역 여건상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나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운 입장에서는 이번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에 기대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상수도 사업과 같이 낙후지역 주민들에게는 절실한 사업임에도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사업들이 많이 있다. 이웃한 몇 개 시·군이 생활권을 구성하고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 시·군 간의 칸막이도 허물고 중복 투자를 줄여 재정 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송영선 < 진안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