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고 있으니 앞으로도 한국
공상정 선수 "한국은 내 고향…꿈 이룬 이곳, 한국 국적은 당연"
국적을 유지할 거예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귀화인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공상정 선수(18·유봉여고3·사진). 그는 지난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여자 3000m에 출전해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공 선수는 동계올림픽 폐막 50여일 만인 13일 이중국적(대만·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국적법은 본래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지만 외국 국적자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예외적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하고 있다. 공 선수도 이런 이유로 한국·대만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며 “소치올림픽 도전 때도 그랬지만 금메달을 딴 이후에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정체성을 놓고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 선수는 ‘국적 내력’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귀화해 한국 국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대만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 선수가 대만 국적을 가지게 된 배경은 이렇다. 중국의 공산화를 피해 한국으로 온 공 선수의 조부모는 당시 껄끄러운 한·중 관계 때문에 국적을 중국에서 대만으로 바꿨다. 이후 3대째 한국에 살면서 대만 국적을 유지해왔다. 부모 국적에 따라 공 선수도 대만 국적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공 선수는 가족 중 유일하게 한국 국적을 갖게 됐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공 선수에게 대만 국가대표로 출전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한마디로 거절했다. 공 선수는 “서류상 국적이 어떻든 상관없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가슴 깊이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 제안을 거절했다”며 “가슴에 태극기가 아닌 대만 국기를 달고 운동한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공 선수의 어머니 진신리 씨(47)는 “가족이 모두 대만 국적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초등학교 1학년 때 언니와 남동생은 별 반응이 없었는데 상정이는 울고불고 난리였다”며 “부모인 나도 의아해할 정도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공 선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화교 3세’나 ‘대만 국적자’는 서류상 기록에 불과하다는 게 공 선수의 얘기다.

아직 대만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공 선수는 ‘애국심’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한국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내 고향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꿈을 이루고 싶다는 것”이라며 “국적을 따지는 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 선수는 “만약 두 나라 국적을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한국 국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양병훈/배석준·사진=신경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