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0일 오후 3시42분

“그동안 단기 금융상품 위주로 투자했는데 이제는 다소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장기 투자를 늘리고 특히 해외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입니다.”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정진용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장(49·사진)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어깨가 무거운 사람’ 중 한 명이다. 60조9000억원에 달하는 우체국 예금을 운용해 매년 2.7%(조달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엔 3.93%의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올려 한시름 놓았다. 그러나 ‘저금리의 고착화’로 주요 투자처인 채권 만기 수익률이 연 3%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정 단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올해 그가 찾은 돌파구는 해외 주식투자다. 해외주식은 지난해 16%의 수익을 올리면서 각 투자 부문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비중이 1.5%에 불과해 전체 수익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 단장은 “그동안 고객들의 예금 상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기 금융상품에 절반가량(48.5%)을 투자해야 했다”며 “하지만 예금 재유치 비율이 90%를 웃돌 정도로 안정된 만큼 앞으로는 단기 금융상품 비중을 45%까지 줄이고 대신 수익률이 높은 장기 금융상품과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특히 선진 유럽의 주식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은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주식시장은 고평가된 면이 있어 상대적으로 주가가 싼 유럽 주식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은 비록 ‘미세 조정’ 수준이지만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러스 알파(α)’ 수익률을 위해 대체투자도 계속 강화할 방침이다. 리스크가 적고 매년 안정적으로 꼬박꼬박 현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정 단장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유럽 부동산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다른 연기금에 비해 비교적 부동산 투자 비중이 낮았다. 하지만 수익률 제고와 투자 다변화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단장은 “부동산 중에서도 매년 임대료나 이자 소득이 들어오는 투자처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진 유럽국가의 부동산에 투자하되 직접적인 지분 투자나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 투자보다는 선순위 대출 방식으로 투자대상을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제대로 된’ 시장 분석을 위해 국민연금처럼 해외 사무소를 개설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가 최근 영국 런던을 찾아 국민연금 사무소를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우정사업본부는 해외 사무소가 없다. 그는 “안전행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투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실 그가 작년 8월 예금사업단장으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블라인드 PEF(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펀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 우량 운용사가 많이 생겨난 데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놓으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예금사업단은 이르면 2분기 중 국내 PEF운용사를 대상으로 정기 출자에 나설 계획이다.

글=황정수/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