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나라 '브라질'서 월드컵 지지율 50%에도 못 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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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1999년,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상파울로 출장길에 발견하고 현재도 강한 인상으로 남은 게 있습니다. 축구가 아니라 검정 스프레이를 뿌려 그린 거리의 낙서 (그라파이트) 인데요.
가정집 담장은 물론이고 건물의 벽, 심지어 초고층 빌딩의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곳에서도 이런 낙서를 찾을 수 있었고요. 당시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낙서의 대부분은 특별한 내용이나 뜻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경제상황 악화로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낙서를 하는 주인공"이라며 "이들은 낙서를 통해 불만이나 욕구를 분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올해 2014년, 현지시간으로 6월 12일부터 7월 13일 까지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립니다. 그런데 브라질 현지의 월드컵 기대치가 ‘예상을 뛰어넘어 (?)’ 주목받습니다.
최근 전해진 외신에 따르면 ‘다타폴라’라는 브라질 현지 여론조사업체의 최근 설문 결과, 월드컵 개최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고 합니다. 지지도는 불과 48%에 머물렀습니다.
이 같은 지지도는 2008년 11월 조사에서 나타난 80%에 육박하던 수준 (79%) 보다 무려 31%P가 빠진 거라고 합니다. 브라질 월드컵 개최의 지지도는 이후 2013년 6월 62%, 2014년 2월 52%로 점차 낮아지다 이번에 절반이하로 떨어졌다는 게 외신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 부터 브라질 곳곳에서 월드컵 반대 시위 (당초 버스요금 인상 항의 시위로 촉발)가 벌어져 100만명 가까운 시위대가 참여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축구의 의미가 프랑스인에게 요리 만큼 중요한 브라질인에게서 상상하기도 힘든 ‘월드컵 반대’ 목소리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일반적인 대답은 경제 상황의 악화에서 비롯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브라질은 인플레이션 상승 억제에 실패하면서 4년째 저성장 기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재정 악화도 심화되는 실정이라고 지적받습니다. 때문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 S&P는 지난달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로 낮추기도 했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브라질에서 ‘월드컵’에 대한 투자 보다 다른 차원의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점차 확산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월드컵 개최를 위해 쏟아 붓는 50억~100억 달러의 정부 예산을 차라리 교육기회 확대나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해 쓰는 게 미래를 위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축구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바뀐 것은 전임 대통령 룰라 정부 출범 이후 10년여 동안 이뤄낸 각종 발전과 변화에서 비롯합니다.
사실 브라질 경제는 2000년 이후 상당한 구조변화를 경험했습니다. 1990년부터 99년까지 10년 간 연평균 1.7%에 불과하던 경제성장률이 2000 ~ 2009년에는 3.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이 기간 소득 5분위 분류 중 네 번째 하위그룹 (월가구소득 500달러 미만)에 속하는 인구 중 약 4000만명이 월가구소득 500~2000달러 그룹으로 새롭게 진입했다는 통계입니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특히 “자녀들의 학교 출석률에 따라 생계비를 제공하는 저소득층 소득 지원 프로그램인 ‘Bolsa Familia’을 통해 교육 기회가 확대된 게 월드컵 반대 목소리 등장의 큰 이유”라고 지목합니다.
Bolsa Familia프로그램을 통해 초·중등 교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는 해석인데요. 예컨대 길거리에서 축구나 범죄로 소일하던 청소년들이 학업을 통해 일자리를 갖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숙련된 노동 공급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중산층 자녀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직종으로도 진출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에따라 축구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과거 교육과 취업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축구는 몇 안 되는 레저수단인 동시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손꼽혔습니다.
전 세계로 축구 선수들을 수출해온 브라질인 만큼 뒷골목 출신에서 세계적 스타로 거듭난 성공 신화도 많았고요. 대표적 사례로 맨발로 공을 차다가 축구황제의 반열에 오른 펠레가 들립니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 축구 팬들은 어릴 때부터 특정 선수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거나 못 이룬 꿈을 투사할 대상으로 삼는 사례가 많았기에 축구에 대한 열정 역시 극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요.
김형주 연구위원은 “지난해 여름 부터 나타난 월드컵 반대 시위와 월드컵 지지도의 하락은 브라질 젊은이들이 축구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던 과거와 달리 교육과 취업기회 확대를 계기로 축구보다 더 나은 가치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가정집 담장은 물론이고 건물의 벽, 심지어 초고층 빌딩의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곳에서도 이런 낙서를 찾을 수 있었고요. 당시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낙서의 대부분은 특별한 내용이나 뜻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경제상황 악화로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낙서를 하는 주인공"이라며 "이들은 낙서를 통해 불만이나 욕구를 분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올해 2014년, 현지시간으로 6월 12일부터 7월 13일 까지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립니다. 그런데 브라질 현지의 월드컵 기대치가 ‘예상을 뛰어넘어 (?)’ 주목받습니다.
최근 전해진 외신에 따르면 ‘다타폴라’라는 브라질 현지 여론조사업체의 최근 설문 결과, 월드컵 개최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고 합니다. 지지도는 불과 48%에 머물렀습니다.
이 같은 지지도는 2008년 11월 조사에서 나타난 80%에 육박하던 수준 (79%) 보다 무려 31%P가 빠진 거라고 합니다. 브라질 월드컵 개최의 지지도는 이후 2013년 6월 62%, 2014년 2월 52%로 점차 낮아지다 이번에 절반이하로 떨어졌다는 게 외신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 부터 브라질 곳곳에서 월드컵 반대 시위 (당초 버스요금 인상 항의 시위로 촉발)가 벌어져 100만명 가까운 시위대가 참여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축구의 의미가 프랑스인에게 요리 만큼 중요한 브라질인에게서 상상하기도 힘든 ‘월드컵 반대’ 목소리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일반적인 대답은 경제 상황의 악화에서 비롯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브라질은 인플레이션 상승 억제에 실패하면서 4년째 저성장 기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재정 악화도 심화되는 실정이라고 지적받습니다. 때문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 S&P는 지난달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로 낮추기도 했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브라질에서 ‘월드컵’에 대한 투자 보다 다른 차원의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점차 확산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월드컵 개최를 위해 쏟아 붓는 50억~100억 달러의 정부 예산을 차라리 교육기회 확대나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해 쓰는 게 미래를 위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축구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바뀐 것은 전임 대통령 룰라 정부 출범 이후 10년여 동안 이뤄낸 각종 발전과 변화에서 비롯합니다.
사실 브라질 경제는 2000년 이후 상당한 구조변화를 경험했습니다. 1990년부터 99년까지 10년 간 연평균 1.7%에 불과하던 경제성장률이 2000 ~ 2009년에는 3.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이 기간 소득 5분위 분류 중 네 번째 하위그룹 (월가구소득 500달러 미만)에 속하는 인구 중 약 4000만명이 월가구소득 500~2000달러 그룹으로 새롭게 진입했다는 통계입니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특히 “자녀들의 학교 출석률에 따라 생계비를 제공하는 저소득층 소득 지원 프로그램인 ‘Bolsa Familia’을 통해 교육 기회가 확대된 게 월드컵 반대 목소리 등장의 큰 이유”라고 지목합니다.
Bolsa Familia프로그램을 통해 초·중등 교육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는 해석인데요. 예컨대 길거리에서 축구나 범죄로 소일하던 청소년들이 학업을 통해 일자리를 갖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숙련된 노동 공급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중산층 자녀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직종으로도 진출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에따라 축구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과거 교육과 취업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축구는 몇 안 되는 레저수단인 동시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손꼽혔습니다.
전 세계로 축구 선수들을 수출해온 브라질인 만큼 뒷골목 출신에서 세계적 스타로 거듭난 성공 신화도 많았고요. 대표적 사례로 맨발로 공을 차다가 축구황제의 반열에 오른 펠레가 들립니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 축구 팬들은 어릴 때부터 특정 선수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거나 못 이룬 꿈을 투사할 대상으로 삼는 사례가 많았기에 축구에 대한 열정 역시 극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요.
김형주 연구위원은 “지난해 여름 부터 나타난 월드컵 반대 시위와 월드컵 지지도의 하락은 브라질 젊은이들이 축구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던 과거와 달리 교육과 취업기회 확대를 계기로 축구보다 더 나은 가치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