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키 뉴질랜드 총리(사진)가 영국 윌리엄 왕세손 일가의 뉴질랜드 방문일인 7일(현지시간) 뉴질랜드가 공화제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질랜드 현지 신문인 뉴질랜드헤럴드에 따르면 키 총리는 이날 “최근 영국 왕실의 인기가 상승해 공화제로 가는 것이 늦어지고 있지만 뉴질랜드가 공화제를 채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키 총리는 지난 1월엔 유니언잭(영국 국기)이 포함된 뉴질랜드 국기를 변경할 것을 주장하며 군주제에 대한 반대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또 3월엔 “앞으로 3년 이내 국기 찬반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도 국기에서 맨 왼쪽을 영국 국기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 총리는 이번에 방문한 왕세손 부부와도 국기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1907년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영연방 국가로 남아 있다. 의례적으로나마 영국 왕실의 ‘위임 통치’를 받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 선거로 선출된 총리가 영국 여왕을 대리하는 총독을 영국 왕실에 천거하면 왕실이 이를 승인한다. 현재 뉴질랜드 총독은 19대 아난드 사티아 난드다.

키 총리는 공화제 전환이 뉴질랜드 국가 수반 임무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수 있다며 “뉴질랜드인들이 대통령을 선출해 총독과 같은 권한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주제를 공화제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은 호주, 캐나다 등 다른 영연방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호주는 1999년 군주제 폐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당시 55 대 45로 군주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채택됐지만, 군주제 폐지를 위한 개헌 논의는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