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의 밤은 처연했다. 그러나 뉴욕의 택시운전사가 된 뒤로는 눈에 생기가 돌았다. 비로소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읽은 좋은 단어와 문장을 간추려 50장의 드림카드를 만들고 손님들에게 선물했다. 그중 가장 신경 쓴 건 ‘행복’ 카드였다. ‘진정한 행복은 목적을 위해 몰입하는 데서 온다’는 구절은 윌리엄 프랭크 하버드대 교수의 책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나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한 노신사가 이 카드를 뽑았다. 많은 얘기를 나눈 뒤 신사는 프랭크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보라고 권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답장을 보내온 사람은 바로 그 노신사였다. 이후 그는 낮에 운전하고 밤에 공부하며 꿈을 하나씩 업그레이드했다. 9·11 테러 현장에서 시민을 구한 공로와 프랭크 교수의 주선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간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변호사가 됐고 어려운 사람들의 대변자가 됐다.

그의 이름은 피터. 어릴 때부터 키가 작고 못생겨서 콰지모도라는 놀림을 받은 난쟁이였다. 왕따 때문에 분노조절장애까지 앓았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책과 도서관의 힘이었다. 따돌림을 피해 숨어든 학교 도서관에서 그는 크리스틴 선생님의 추천으로 ‘호밀밭의 파수꾼’ ‘팡세’를 읽었다. ‘데미안’을 통해서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의미를 배웠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고 알코올중독인 아버지가 요양원으로 간 뒤 거리로 나앉았던 그가 희망을 찾은 곳도 ‘북 포 푸드(Book for Food·책으로 자립할 힘을 길러주는 단체)’였다. 다시 만난 크리스틴 선생님은 ‘꿈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해서 마음의 키를 키우면 얼마든지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드림카드 덕분에 ‘힐링택시’로 인기를 끌게 된 그는 ‘나를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것, 그 숭고한 인생의 목적 안에 진짜 행복이 깃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목적의 힘은 나(Me)를 뒤집어 우리(We)를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요즘 뜨는 책 ‘난쟁이 피터’ 얘기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메시지는 명료하다. 어디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난쟁이 시절이 있지만 결말은 다르다. 드림카드에 어떤 단어를 써넣는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토머스 칼라일도 그랬다. “명확한 목적이 있는 사람은 가장 험난한 길에서조차도 앞으로 나아가고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사람은 가장 순탄한 길에서조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