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가 약속된 장소에서 승객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 자리를 떴다면 승차거부가 아니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14단독 조인 판사는 택시 운전기사 김모씨(64)가 승차거부로 서울 강남구청에서 과태료 20만원 처분을 받은 뒤 낸 ‘과태료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에서 과태료 부과 취소 결정을 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월 택시 콜센터의 연락을 받고 승객을 태우기 위해 서울 한남동의 한 주유소 앞으로 이동했다. 10여분 동안 기다렸지만 승객이 나오지 않아 전화를 하자 승객은 “그 주유소가 아니니 인근의 다른 주유소로 와달라”고 요청했다. 약속한 주유소로 다시 이동해 5분 동안 기다렸으나 나타나지 않자 김씨는 콜센터로 전화해 “다른 택시를 배차해달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뒤늦게 약속 장소에 나타난 승객은 택시가 없자 승차거부로 신고했고 강남구청은 김씨에게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했다.

조 판사는 “승객이 나타나지 않아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정한 승차거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6조 1항 1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을 대리한 조상규 법무법인 정률 파트너변호사는 “택시 승차거부가 잦은 건 사실이지만 이런 여론 때문에 선량한 택시 기사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과태료를 부과하는 구청은 공정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