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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김건표 교수의 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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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택 연출의 ‘피의 결혼’
    ‘플라멩코와 우리 것의 재료가 절묘한 조화와 앙상블을 만들다’
    플라멩코를 추는 배우들
    플라멩코를 추는 배우들
    이윤택 연출의 ‘피의 결혼’이 명동예술극장에서 들썩이고 있다. 이윤택 특유의 무대 문법인 ‘섞임’과 연출가의 전투적인 에너지들이 조화를 이뤄낸다. 이 조화성은 우리의 전통연희나 굿, 소리, 인형이나 가면을 차용한 놀이성 들이다.

    이윤택 연출에서 빠지지 않는 혼합된 우리 것의 재료들은 이윤택 연출의 특유의 실험성으로 발동되어 섞임의 연극적 미학으로 담아내고 창조된다. 그것이 이윤택 연출의 힘이고, 그 많이 할 수 있는 연극적 문법이다.

    연출가로써 끊임없이 무대와 투쟁해야하는 고단한 삶이지만 그는 이 고단함을 한 판 질펀하게 노는 ‘축제’와 ‘신명’으로 풀어 놓는다. '연극은 연극이다'라는 그의 연출적 관점은 짓눌려 있는 관념의 연극의 무게들을 그의 특유의 연출적 놀이방식으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고 이윤택 연극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그의 연극을 맛보면 때로는 즐겁고, 유괘 하지만, 때로는 사유의 무게를 진지하게 음미하도록 만든다.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려진 ‘피의결혼’과 그의 연출로 오른 전작 ‘혜경궁 홍씨’까지 닮아 있다. 혜경궁 홍씨는 삶과, 죽음, 한 여인의 지워지지 못하는 ‘한’의 슬픈 정서와 관통된다. 조선시대 21대 임금인 영조의 며느리인 혜경궁 홍 씨는 뒤주 안에서 버려진 채 주변으로부터 버림의 삶을 뒤주에서 토해낸 ‘사도세자’의 죽음.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게임. 끝나지 않는 그의 아들 ‘정조’의 시선과 홍 씨 가문의 몰락. 혼자 남겨 진채 응어리진 한을 풀고 씻어내지 못한 그의 삶은 버리지 못하는 살아 있어도 죽어있는 기구한 삶이다.

    씻겨내지 못한 응어리진 가슴. 고여 있는 피로 천천히 토해내 쓴 한 여인의 삶의 쾌적을 담은 ‘한중록’을 철저하게 그 연인의 삶의 관점에서 해체되어 재구성으로 풀어냈다. 이러한 멈추어버린 혜경궁 홍씨의 한과 삶은 그의 연극에서 빠지지 않는 우리 것의 재료들로 묶여져, 시간을 돌려놓는다. 사도세자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이 현세와 사바세계를 잇는 굿판의 놀이성 들로 재현된다.

    불러낸 ‘혼령’들은 여인의 응어리진 삶의 ‘씻김’이다. 씻겨도, 씻어내지 못하는 초월되지 않고 멈추어버린 죽음의 연속이다.‘씻김’은 산자의 위안이다. 배우 김 소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아주 가볍게 경쾌한 언어와 리듬으로 혜경궁 홍씨의 이중적 심리”를 절묘하게 담아냈다.

    ‘피의 결혼’은 스페인 민족의 삶과 죽음의 정서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민족의 한이 광활한 땅, 대지아래 피로 깊게 베여있는 집시들과 민족의 한의 정서가 담겨있는 삶과 죽음의 복합적 구조는 작품을 통해 시적으로 노래하고 이미지화 되는 비극이다. 그에게 대지의 자연은 죽음의 연속이고, 투쟁이며, 또 다른 피를 부르는 긴장된 삶이다. 또한 자연의 광활한 ‘대지’위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자연은 누구나 밝고 달릴 수 있는 자유로운 ‘흙’ 이자 삶을 지탱해 주는 ‘생명’이다.

    대지위에 놓여 있는 ‘포도원’은 소유해야 할 생명이고,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물질이다. 숨을 쉬고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초원을 내달리는 ‘말’뿐이지만, 이 또한 소멸 될 수밖에 없고, 아기의 울음소리와 등장은 죽음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울림으로 이어진다. 질긴 삶의 연속이다. 책임을 질수 없는 삶이자, 죽음을 초월 할 수 없다. ‘칼’은 죽음과 피의 상징이다.

    인간의 손바닥으로 쥘 수 있는 조그마한 칼은 광활한 대지를 찢어놓고,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산자들의 가슴을 피의 파편으로 물들여 놓는다. ‘달’은 우주이자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유일한 ‘신’이고, 인간이 돌아가야 하는 곳이다.

    달의 자연의 이치로 모든 것을 예측 할 수밖에 없었던 농경민족으로 써는 거부 할 수 없는 운명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는 것은 ‘죽음’ 뿐이다. 피의결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완전한 인간들이 없다. 상처로 얼룩져 있는 ‘영혼’ 들 뿐이다. 실명으로 등장 하는 인물은 한 사람 ‘레오나르도’ 다. 그래서 그의 삶과 죽음이 뚜렷하게 들린다. 로르카가 바라본 민족의 슬픈 한의 정서를 담아낸 것이 ‘피의 결혼’이다.

    이러한 한의 정서와 삶이 고스란히 로르카의 텍스트와 스페인의 ‘플라멩코’ 그리고 우리의 남도소리 한의 정서와 우리 것의 전통성들이 만났다. 절묘한 박자와 리듬들을 생산해 내면서 문화상호주의적 수용성은 절대적인 앙상블로 또 다른 언어로 무대에서 새 생명을 불어 넣고 숨을 쉰다. 여기에 이 윤택 연출의 특유의 연출문법인 우리 것의 재료들인(승무, 연희, 가락, 소리, 전통혼례, 무당, 상여의례, 꼭 두극) 등이 섞여져 그 만의 특유한 연극적인 박자를 만들어 낸다.
    플라멩코를 추는 어머니(김미숙)와 아들(이승헌)
    플라멩코를 추는 어머니(김미숙)와 아들(이승헌)
    이윤택 연출에 의해서 새롭게 태어난 박자는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리듬과 박자다. 그 절묘함의 박자들이 묵직한 들썩거림으로 ‘플라멩코’와 우리의 ‘소리’와 ‘장단’들이 만나 절묘한 마음의 울림을 소리를 담아내고, 관객들은 ‘플라멩코’ 와 우리의 소리와 장단의 섞임을 통해 묘한 감정을 읽어낸다.

    그것은 밖으로 표출되는 들썩거림의 흥겨움이 아닌, 한과 죽음의 교차된 우리의 정서와 스페인 문화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인간영혼의 울림이다. 깊게 박혀 있는 민족의 아픔은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온 몸으로 전이가 되어 가슴에 고여 있는 ‘한’의 소리이고, 울림이다. 그래서 닮아있다. 이 한의 정서의 닮음은 이 윤택 연출의 특유한 연극적 문법으로 치유한다.

    이윤택 연출은 신랑 어머니(김미숙분) 를 통해 죽음을 초월한다. 어머니는 펠렉스 집안을 통해 신랑을 잃고, 큰 아들도 가슴에 묻었다. 마지막 남은 아들의 결혼. 레오나르도와 신부 관계의 비밀을 알면서도 결혼을 승낙한 어머니. 결혼식 날 레오나르도와 신부의 도망. 이를 추적하는 아들, 그리고 죽음. 죽음으로 돌아온 레오나르도와 아들의 피를 씻겨준다. 죽음에 대한 초월이자 ‘씻김’이다.

    이 두 죽음의 얼굴에 덥혀진 가면은 이탈된 인간의 육체이자 영혼이다. 또 다른 생명의 잉태다. 3막 2장의 꼭두극은 자연과 작은 칼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풀리지 않는 죽음의 운명. 죽음도 맡겨 버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성을 특유의 연출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2막 2장에서의 전통혼례 장면은 갑작스럽게 우리의 정서가 너무 강해 재료의 융합에 있어 좀 아쉬운 점이 있고, 3막 1장의 승무의 섞임은 뛰어난 해석임에도 불구하고, 달의 상징적 기호성과 사바세계를 잇는 주술자 와의 이미지적 관계성이 덜 매끄러워 흡수가 안 된 듯 하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플라멩코 리듬으로 표현화 된 것은 무대를 더욱 경쾌하게 만들어 냈다.

    이윤택은 고정화 되어 있는 연극적 문법을 철저하게 해체하고, 재구성해 그 많이 연출적 전투성으로 새로운 연극문법을 만들어 낸다. 연극문법을 이루는 재료들의 차용과 선택, 그리고 무대에서의 섞임을 실험적 예술성으로 풀어내는 것은 연출가의 몫이다. 재료가 같다고 해서 맛도 같을 수는 없다. 사용하는 방식도 다르고, 용도도 다르다. 그래서 이 윤택 연출의 재료들은 같아 보이지만 쓰임새가 다르다. 늘 모양과 맛이 변한다. 그 모양은 때로는 질펀한 놀이가 되고 무대에서 기호화가 된다.

    그의 놀이적 기호성 들은 연희단 거리패 배우들을 통해 잘 차려진 음식으로 버무려진다. 그래서 이윤택 연출의 연극 맛을 아는 관객은 그의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대중성으로 개발되지 않은 우리 것의 신선한 재료들을 쓰고, 무대를 통해 철저하게 버무려지는 그의 연극은 관객들의 오감을 즐겁게 하는 착한 맛 집으로 비유하면 ‘한정식’ 집이다. 이번 ‘피의 결혼’도 이 윤택 연출의 연극 문법들이 신명과 축제성 으로 잘 버무려지고 융합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우는 김미숙(신랑 어머니분) 이다. 김미숙은 그 만이 표현 할 수 있는 인물의 심리를 때로는 언어로, 때로는 몸이 울리는 소리로 절묘하게 담아낸다. 아들들과 남편을 모두 죽음으로 잃어버린 어머니. 그리고 그 죽음을 초월한 이분법적 인물의 심리를 아주 탁월하게 표현했다. ‘플라멩코’ 의 ‘한’의 정서와 우리 소리의 ‘한’의 정서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표현 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다.

    이번 공연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격년으로 개최되는 세계국제적인 규모의 이베로 아메리카노 연극제에 초청되어 이달 중순에 공연 된다.

    글: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
    김건표교수
    김건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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