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징후, 이럴 때 위험하다…20대 카톡 문구 바꾸고, 30·40대는 "다 내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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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포맷·자살 검색…
연령 낮을수록 암시 많아
50·60대는 당부·신변정리
연령 낮을수록 암시 많아
50·60대는 당부·신변정리
#1. 50대 가장 A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이후 말수가 부쩍 줄었다. 전에 없이 가족을 위해 선물을 사오거나 쌓여 있던 집안 잡동사니를 한꺼번에 버리기도 했다. 부인에게 “어머니 잘 모셔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고등학생 B군은 개인 휴대폰과 컴퓨터에 있는 내용을 모조리 삭제했다. 카카오톡 문구와 사진을 바꾸고 인터넷에서 ‘사후세계’를 검색하는 일도 늘어났다. 부모님에게 언제 집을 비우는지 자주 묻던 그는 부모가 단기여행을 떠나자 목을 맸다.
보건복지부가 1일 발표한 ‘2013년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연령대별 가상 자살 사례들이다. 이번 조사에서 복지부는 자살 사망자 72명의 유서를 분석하고 유족을 면담하는 등 ‘심리적 부검’을 실시, 자살 사망자의 유형별 특징과 위험요인, 징후를 분석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수에게 간접적 자살 암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대 이하 자살 사망자는 보험 해지, 하드 포맷, 휴대폰 사진 지우기 등 신변정리에 들어갔다. 사후세계에 관심을 갖거나 인터넷으로 연예인 자살 방식을 검색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등 SNS의 문구나 사진을 갑자기 바꾸는 패턴도 나타났다.
30~40대 자살 사망자는 평소 왕래가 없던 친지·가족에게 갑자기 안부 전화를 한다거나 근황을 물었다. 주변인들에게 그동안 과오에 대해 잘못을 빌고 매일 술을 마시거나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식의 직접적인 자살 의사를 표현했다. 자살 임박 시점엔 가족 간 다툼이 심해지고 수면장애 등도 보였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10~20대는 외부의 문제(왕따·실직 등)를 가정으로 끌고 들어오는 반면 50~70대는 질병 등 개인적 상황이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20대 이하인 경우 가정에서 사소한 단서를 놓쳐선 안 되며, 50대 이상은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자살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을 한 번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결국 자살로 사망할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2007~2011년 전국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 시도자 8848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7%에 해당하는 236명(10만명 중 700명)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반인(10만명 중 28.1명)보다 자살 사망 확률이 훨씬 높다.
암 진단 초기의 자살률도 높았다. 암 진단을 받은 지 6개월이 안 된 사람들은 5년 이상 지난 사람들에 비해 자살 위험도가 남자는 2.6배, 여자는 3배 높았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2.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고등학생 B군은 개인 휴대폰과 컴퓨터에 있는 내용을 모조리 삭제했다. 카카오톡 문구와 사진을 바꾸고 인터넷에서 ‘사후세계’를 검색하는 일도 늘어났다. 부모님에게 언제 집을 비우는지 자주 묻던 그는 부모가 단기여행을 떠나자 목을 맸다.
보건복지부가 1일 발표한 ‘2013년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연령대별 가상 자살 사례들이다. 이번 조사에서 복지부는 자살 사망자 72명의 유서를 분석하고 유족을 면담하는 등 ‘심리적 부검’을 실시, 자살 사망자의 유형별 특징과 위험요인, 징후를 분석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수에게 간접적 자살 암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대 이하 자살 사망자는 보험 해지, 하드 포맷, 휴대폰 사진 지우기 등 신변정리에 들어갔다. 사후세계에 관심을 갖거나 인터넷으로 연예인 자살 방식을 검색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등 SNS의 문구나 사진을 갑자기 바꾸는 패턴도 나타났다.
30~40대 자살 사망자는 평소 왕래가 없던 친지·가족에게 갑자기 안부 전화를 한다거나 근황을 물었다. 주변인들에게 그동안 과오에 대해 잘못을 빌고 매일 술을 마시거나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식의 직접적인 자살 의사를 표현했다. 자살 임박 시점엔 가족 간 다툼이 심해지고 수면장애 등도 보였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10~20대는 외부의 문제(왕따·실직 등)를 가정으로 끌고 들어오는 반면 50~70대는 질병 등 개인적 상황이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20대 이하인 경우 가정에서 사소한 단서를 놓쳐선 안 되며, 50대 이상은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자살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을 한 번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결국 자살로 사망할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2007~2011년 전국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 시도자 8848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7%에 해당하는 236명(10만명 중 700명)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반인(10만명 중 28.1명)보다 자살 사망 확률이 훨씬 높다.
암 진단 초기의 자살률도 높았다. 암 진단을 받은 지 6개월이 안 된 사람들은 5년 이상 지난 사람들에 비해 자살 위험도가 남자는 2.6배, 여자는 3배 높았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