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격진료 도입에 반대하며 파업까지 벌인 대한의사협회가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의협 회장과 대의원 간 알력으로 의협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의협은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대정부 투쟁을 이끌 비상대책위를 새로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투쟁노선을 새롭게 가다듬겠다는 포석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환규 의협 회장이 새 비대위에서 배제됐다. 대의원 표결에서 찬성 85명, 반대 53명으로 노 회장을 제외하는 방안이 가결된 것이다.

대의원회가 회장을 비대위에서 뺀 것은 의협 역사상 처음이다. 일각에선 의사들의 지역별 대표자인 대의원들이 회장을 탄핵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의원회의 이번 결정은 의협 내부 의견 수렴절차를 무시하고 파업(집단휴진)을 강행한 ‘노환규식 투쟁방식’에 대의원들이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의원은 대부분 중견 의사들로 구성돼 있다.

노 회장은 반발했다. 그는 의협 집행부 회의에서 “기득권을 가진 대의원들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는 회원 2만48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맞불을 놨다. 주된 내용은 ‘의협 회장을 신임하고 대의원회를 불신한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대의원회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중앙대의원을 맡고 있는 한 지역의사회장은 “(노 회장이) 수시로 설문조사를 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성명서를 내고 있다”며 “이제는 누구를 위한 대정부 투쟁인지 모호해졌다”고 우려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