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무더기 포탄을 발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대남 평화공세를 취하며 남북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었던 것과 완전히 다른 태도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력이 거세지자 이에 맞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6자 회담 재개 문제가 논의된 것이 북한을 자극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지금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어기고 핵 개발을 추진하면서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핵 시설이 집중된 북한 영변에서 사고가 난다면, 한반도에서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27일 ‘무지와 무식의 표현’ ‘방구석 아낙네’ 등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거칠게 비난했다.

6자 회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북한이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박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북 지원 등 3대 제안을 발표하며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겠다고 했지만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번 도발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북한 나름의 대답이자 핵을 인정받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비핵화 사전 조치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을 상대하지 않는 미국에 대한 불만이 쌓였고,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남측에 대한 기대도 상당 부분 꺾인 상태에서 북한이 도발 국면으로 전환함으로써 주도권 확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중, 한·미·일 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며 평화통일 구상을 전파하자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압박하고 동해보다 위험한 NLL 지역에서 무력을 과시해 남측이 긴장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고장 난 선박이 서해 NLL에서 나포됐던 사건이 이번 도발에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들어 문제 삼는 것 중 하나가 대북 선전(삐라) 살포인데 북한은 이것을 남한 당국의 방조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격앙된 감정 상태와 이번 북한 어선의 나포 과정에서 발생한 불쾌감 및 불만이 겹치면서 무력 시위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