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장벽 앞에 선 朴 대통령 >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방문해 베를린 장벽 유적과 ‘DMZ-그뤼네스반트 사진전’을 감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베를린 장벽 앞에 선 朴 대통령 >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방문해 베를린 장벽 유적과 ‘DMZ-그뤼네스반트 사진전’을 감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50년 전 같은 곳을 찾았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후 정확히 반세기 만에 독일을 찾은 소감’을 묻자 박 대통령은 “아버지께서 당시 대통령으로 여기 오셔서 아우토반이라든가 제철소를 보면서 고속도로를 구상하고 제철소 산업 육성 계획을 세웠다”며 “나는 독일의 가장 잘 갖춰진 산·학·연의 3각 협조체제와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독일 강소기업 육성방안을 배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우리 경제에 접목해 우리도 히든챔피언을 많이 만들어가도록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식 히든챔피언 키우겠다”

[한·독 정상회담] 朴 "선친은 獨서 제철산업 구상…난 히든챔피언 육성 배우겠다"
27일 오전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 두 나라 중소·중견기업인 200여명이 모였다. 작지만 강한 ‘히든챔피언’의 본고장인 독일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산학협력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한·독 히든챔피언 포럼’이다. 국내에서는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한 중소·중견기업 70여곳이 참석했다. 독일에서 히든챔피언은 해당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순위가 1~3위이며, 연매출 규모가 30억유로(약 4조3000억원) 이내에 드는 기업을 일컫는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은 독일이 1307개로 가장 많고, 미국 366개, 일본 220개, 스위스 110개 등의 순이다. 한국은 23개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 포럼이 개최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독일의 강소기업들이 독일 경제의 주요 요소이듯 우리도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독일식 히든챔피언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 경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업교육, 앞선 기초·첨단 과학이라는 세 가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이런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간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총 15개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에는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길러낸 원동력인 일·학습 병행제를 한국에 맞게 도입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독일의 명문 공대인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FAU)와 국내에 진출한 지멘스 등 24개 독일 기업이 맺은 산학협력 MOU가 그것이다. FAU가 부산에 세운 분교의 졸업생은 앞으로 이들 기업에서 인턴십 과정을 밟는다.

◆경제통합 모델 공동 연구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이 연초 던진 ‘통일대박’에 공감하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의기투합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대박(Glucksfall)’”이라고 했다. 이어 ‘통일 선배’로서 “한반도에서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독일은 통일을 넘어 통합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라고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통일이 되면 경제지원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독일은 TV도 볼 수 있었고 서로의 삶에 조금 더 가까웠지만 한반도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면 통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양국 재무당국이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경제통합 및 통일 재원조달 문제를 체계적으로 공동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식 경제통합 모델을 찾기로 한 것은 양국 간 통일 분야 협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베를린=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