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의 문’ 앞에서 >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통일의 문’ 앞에서 >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 중심에 있는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을 찾았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독일 방문 당시 다녀간 곳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베를린 시청을 방문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다음날에는 독일의 대표 기업인 지멘스 공장을 둘러본다. 옛 동독 지역의 대표적 대학인 드레스덴공대 연설,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과 만남의 시간도 가진다. 이 같은 일련의 독일 방문 주요 일정을 보면 공교롭게도 50년 전 선친의 방독 일정과 오버랩된다.

○부녀(父女)의 못다한 ‘통일의 꿈’

박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 주제는 ‘통일’과 ‘경제’다. 독일의 통일 경험과 세계 최고의 중소기업 강국으로서 독일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다. 이 역시 반세기 전 선친의 방독 주제와 일치한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브란덴부르크문과 베를린 장벽을 둘러보며 통일 의지를 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접 쓴 ‘방독 소감’(당시 방독기를 다룬 ‘붕정7만리’<동아출판사 간>에 수록된 내용)에서 “한국에서는 결코 북한을 볼 수 없으나, 나는 오늘 동독을 통해 북한을 봤다”며 “베를린 장벽이 철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우리도 그런 날이 빨리 오도록 총력을 다해야겠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고 썼다. 박 대통령도 통독의 역사 현장을 둘러보며 올해 초 국정의 주요 화두로 내건 ‘통일 대박론’을 재삼 마음에 새기는 기회를 가졌다.

부녀 대통령은 독일 대학을 찾아 통일 메시지를 던진 점도 비슷하다. 박 전 대통령은 옛 서독 지역 대표 대학인 베를린공대 연설에서 “저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시작한 철의 장막은 동유럽과 소비에트의 광대한 영역을 거쳐 만주로 뻗어 내려가 우리나라의 판문점에 이르고 있다”며 “독일과 한국, 그리고 분단된 모든 나라와 민족은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28일 옛 동독 지역에 있는 명문 드레스덴공대를 찾아 연설을 통해 통일 대비 구상을 담은 ‘드레스덴 독트린’을 내놓을 예정이다.

○부녀의 ‘경제혁신 꿈’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지멘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150년 전 산업혁명 때 만들었던 전화기 모형을 선물받고 “독일이 일찍이 근대화를 이룰 때 우리 조상들은 이조 말엽 양반들끼리 싸우면서 무엇을 했던 것인가”라고 자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당시 총리와 만나 “경제를 일으키려면 먼저 고속도로를 깔고 자동차를 만들고, 철을 생산해야 한다. 또 자동차가 다니려면 정유공장도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고 본격적인 중화학 공업 육성에 나선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박 대통령 역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해답을 찾기 위해 독일의 경제 현장을 둘러본다.

베를린=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