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4년 독일 방문을 동행한 고(故) 육영수 여사의 ‘방독 소감’도 눈길을 끈다. 육 여사는 “솔직히 말해 독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녀 시절부터 즐겨 읽었던 하이네의 시 속에 곱게 흐르는 라인강이며, 로렐라이 절벽 같은 것이었고, 실지로 답사해 보고 싶은 바람이 간절했다”며 “하지만 철두철미하게 짜인 일정은 나를 붙들어 맸다”고 썼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사정과 생각하는 바가 있어 이번 여행에 선물을 기대하지 말라는 간곡한 타이름에 선선히 응해준 우리 세 꼬마들에게 대신 흥미진진한 로렐라이 전설 같은 이야깃거리들을 잔뜩 안겨다 주겠다고 약속했는 데 뜻을 이루지 못해 미안하기 짝이 없다”며 어머니로서의 아쉬움도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12세였다.

육 여사는 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울려퍼진 애국가를 듣고 가슴 뭉클해진 감정과 당시 독일 대통령 부인의 검소하고 실용적인 삶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 파독 광부들과 만났을 때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던 일 등을 감성적인 필체에 담았다.

당시 방독 취재단으로 동행한 기자는 ‘취재 뒷얘기’에서 육 여사에 대해 “큰 키에 미소 짓는 얼굴, 몸매에 알맞은 한복에 우아한 몸가짐은 어디서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며 “그래서인지 독일 신문들은 ‘매력있는 동방의 가인(佳人)’이라고 불렀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