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3천만원 미만 국산차 승, 연비는 디젤차 우위

최근 중형차 시장에 새로 투입돼 뜨거운 경쟁을 예고한 7세대 LF쏘나타와 말리부 디젤이 출시 3년째인 폴크스바겐 파사트를 상대로 잇따라 선전 포고를 날려 눈길을 끌었다.

국내 완성차업계 1·2위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한국GM이 가장 잘 팔리는 중형차 부문에서 새 차를 내놓으면서 2012년 출시된 파사트를 가장 경계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개발 과정에서부터 파사트를 의식했다.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포드 퓨전, 파사트 등 경쟁 차종을 분석한 결과 YF쏘나타 수준만 유지해도 일본차와 미국차는 상대할 수 있지만 파사트와 경쟁하려면 주행 성능을 반드시 개선해야 했다는 것이다.

24일 출시 행사에서도 여전히 "현재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중형차 가운데 가장 실내 공간이 넓은 파사트보다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고 직접적으로 비교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다.

마크 코모 영업·마케팅 부사장은 이달 초 말리부 디젤 출시 행사에서 파사트를 경쟁 상대로 지목한 데 이어 4월 중 고객들을 초청해 말리부, 파사트, BMW 520d 등 디젤차 3종을 비교 시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이 2012년 국내 출시한 7세대 파사트는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사랑받은 중형차 모델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75만9천대가 팔려 제타와 골프에 이어 폴크스바겐에서 3번째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디젤 3천968대, 가솔린 1천대를 합쳐 4천968대가 팔렸다.

파사트의 장점은 압도적으로 넓은 실내 공간이다.

앞뒤 바퀴간거리(축거)는 2천803㎜로 6세대보다 94㎜ 늘려 다리 공간을 넉넉히 확보했고, 529ℓ의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를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

쏘나타는 이를 의식해 축거 2천805㎜로 '동급 최고' 타이틀을 되찾았다.

그러나 높이는 1천475㎜로 파사트(1천485㎜)보다 낮고, 트렁크 용량(462ℓ)도 적다.

높이 1천465㎜, 축거 2천737㎜인 말리부는 '편안한 실내 공간'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그러나 가격 면에서는 3천만원에 못 미치는 국산차들이 우위를 차지했다.

쏘나타는 2천255만∼2천990만원, 말리부 디젤은 2천703만∼2천920만원으로 최저가는 쏘나타가, 최고가는 말리부 디젤이 더 저렴하다.

3천830만∼4천200만원인 파사트는 국산차보다 최저 20%, 최고 80% 이상 비싸다.

주행 성능은 쏘나타가 출력에서 앞서고 독일 엔진을 탑재한 파사트와 말리부 디젤은 토크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쏘나타 가솔린 모델은 누우 2.0 CVVL과 세타Ⅱ 2.4 GDi 등 2개의 엔진 라인업과 6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최고출력 168∼193마력, 최대토크는 20.5∼25.2㎏·m다.

파사트는 가솔린에 직렬 5기통 2.5 엔진을, 디젤에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2.0 TDI를 달았다.

변속기는 각각 6단 팁트로닉과 6단 DSG를 사용한다.

출력은 가솔린 170마력·디젤 140마력, 토크는 가솔린 24.5㎏·m·디젤 32.6㎏·m다.

독일 오펠이 만든 2.0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AISIN)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말리부 디젤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35.8kg·m의 주행 성능에 순간토크를 38.8kg·m까지 끌어올리는 오버부스트(overboost) 기능을 추가했다.

연비 경쟁은 디젤차의 승리다.

쏘나타의 연비는 11.5∼12.1㎞/ℓ로 파사트 가솔린(10.3㎞/ℓ)보다 높지만 디젤(14.6㎞/ℓ)에는 못 미쳤고, 말리부 디젤(13.3km/ℓ)보다도 약간 낮았다.

한편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국산차들의 공세에 "우리 차가 좋으니까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라고 여유로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신형 쏘나타에 대해서는 "파사트보다 공간을 더 확보하려고 무게를 45㎏ 늘렸다는데 여전히 파사트에 비해 100㎏ 이상 가볍다"면서 "그런 가벼운 차로도 연비는 떨어지는 게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쏘나타의 공차 중량은 1천460㎏이고 파사트와 말리부 디젤 모델은 각각 1천563㎏, 1천645㎏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