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땐 땅·건물 많은게 최고…방직·페인트株의 재발견
증시에서 신기술 테마를 얘기할 때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 방직이나 도시가스, 페인트 관련 종목들이 강세다. 건물 땅 등 자산이 많은 이들 업종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 안팎으로 코스피 평균치인 0.9~1보다 훨씬 낮다. 전문가들은 중국경제 경착륙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겹치며 경기민감 대형주에서 PBR이 낮은 자산주로 피신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미인주’ 기준

23일 거래소에 따르면 PBR 0.33(21일 종가 기준)인 대한방직 주가는 지난달 이후 23.63% 올랐다. 저평가 매력이 주가를 견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일산방직(PBR 0.54)은 25.54%, 동일방직(PBR 0.2)은 25.92% 주가가 뛰었다.

페인트, 도시가스 업종 자산주들의 주가도 2월 이후 강세다. PBR 0.65인 노루페인트가 49.59%, PBR 0.44인 삼천리가 19.34% 상승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종목 선택의 기준이 되는 지표가 실적에서 자산으로 바뀌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증권사 실적 추정치에 대한 불신, 중국 경기 우려 등이 겹치면서 믿을 것은 자산뿐이라는 여론이 확산된 결과”라고 말했다.

운용사들이 자산주를 ‘쇼핑 바구니’에 속속 편입한 것도 자산주 열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최근 경동도시가스(지분율 12.56%), 동일방직(7.20%) 등을 매수했다. 신영자산운용도 삼천리(지분율 8.80%) 등 저 PBR 종목을 바구니에 담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펀드로 자금은 유입되는데 살 종목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산주에 자금이 몰렸다”며 “당분간 저 PBR주라는 틀 안에서 순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토지 공장 등 상장사 자산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주가를 뛰게 했다”고 설명했다.

◆저평가 우선주 등도 강세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많이 받는 우선주 강세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총 상위 종목 우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른 반면 올 들어서는 보통주 주가와 격차가 큰 저평가 우선주들이 약진하고 있다.

보통주 주가의 41% 선인 SK케미칼 우선주는 2월 이후 64.31% 올랐다. 금호석유는 정유주 동반 약세로 보통주 주가가 급락했지만 우선주는 오히려 오름세다. 주가가 보통주의 40%에 불과할 만큼 저평가된 덕분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우선주들은 대개 보통주의 60% 선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

시가 배당률이 높은 배당주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진양화학(배당률 7.4%), 종근당홀딩스(배당률 4%) 등은 지난달 이후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외부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수익률 방어’가 상대적으로 쉬운 종목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리서치사 올라FN의 강관우 대표는 “외국인 수급에 의존해왔던 종목들은 앞으로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주가가 거시지표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자산주와 고배당주, 우선주 ‘삼각편대’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