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골드만삭스 징계 놓고 '정면충돌'
해외채권 불법 판매 혐의를 받고 있는 골드만삭스 징계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계 금융사가 해외지점을 통해 국내 영업을 해온 편법적 관행을 두고 금융감독원은 징계를, 금융위는 징계 반대를 주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골드만삭스의 탈루 혐의에 대해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6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금감원장 보좌기구) 회의에 앞서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제재안에 대한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징계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금융위 담당 과장은 제재심의위에도 참석해 “국내외 금융시장과 정부 신뢰도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다”며 제재안 처리에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반대 표명 ‘이례적’

금융위-금감원, 골드만삭스 징계 놓고 '정면충돌'
금융위가 금감원장에게 위임한 기관경고, 임직원 문책경고 이하 수준의 제재안에 대해 두 기관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흔치 않다. 제재심의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금융위 담당 과장은 금감원과 사전 조율을 하기 때문에 제재심의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달 초 금융위 관계자가 회의에 참석한 것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뜻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재심의위는 작년 12월19일 골드만삭스 제재안을 처음 다룬 뒤 세 차례 안건 처리를 미뤘다. 내달 초 네 번째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금감원 ‘기관경고’ 내부 결론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이 말레이시아 공기업 채권(1MDB)을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판매 및 권유했다는 제보를 받고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인가 없이 국내에서 영업 활동(중개 업무)을 한 혐의였다.

금감원은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이 채권 인수·중개 수수료를 먼저 뗀 뒤, 서울지점에 단순 비용인 인건비 항목으로 일부 나눠준 것을 확인했다. 서울지점에는 중개를 했다는 계약 관련 서류가 없었다. 국내에서 금융상품이 거래됐는데 금감원은 수수료가 얼마인지,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서울지점과 최석윤 서울지점 공동 대표에 대해서는 홍콩법인의 불법 영업행위에 지원·가담했다는 혐의로 각각 ‘기관경고’와 ‘문책경고’ 상당의 징계를 내리기로 내부 결론을 냈다. 검찰에도 관련 수사를 의뢰했다.

◆골드만 서울지점 ‘공범’ 공방

금융위는 제재 반대 이유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는 ‘지원 또는 가담한 행위’를 징계할 수 있다는 문구가 없다.

이에 금감원은 형법상 ‘공동정범’이란 법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지점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홍콩법인과 공범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개업 인가를 받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무인가 영업행위’를 한 홍콩지점과 똑같은 처벌을 받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골드만삭스와 법률대리인(김앤장)의 이 같은 주장에 금융위가 일부 타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골드만삭스 징계가 법률상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3곳의 외부 로펌에서 자문도 거쳤다고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법무실, 복수의 외부 로펌, 제재심의실 등의 자문을 거쳐 제재 안건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제재심의위 일부 민간위원은 “위법 행위 핵심은 국세청의 과세 여부 판단”이라며 “금융당국이 징계할 사안은 아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검찰 수사 발표 전 제재를 확정하는 것도 금감원으로선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충돌을 단순한 법리 논쟁으로 보지는 않는다. 골드만삭스가 글로벌 인맥을 동원해 배후에서 힘을 쓰는 게 아니냐는 제재심의위 안팎의 시선이 있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와 금피아(금감원 출신 인사) 간 대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회사 징계권을 둘러싼 금융당국 조직 간 갈등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한 결론이 날 때까지 논란은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허란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