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4 지방선거를 겨냥해 본격적인 정책 대결에 들어갔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대통령선거 때와는 달리 양당 정책위원회가 선거 공약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결과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본지 3월19일자 A14면 참조

안종범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015년부터 모든 병·의원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이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정책위가 내놓은 지방선거 1호 공약이다.

현재 일반 병·의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하려면 접종 시행료(약 2만원)를 내야 하는데 2015년부터는 이를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안 부의장은 또 앞으로 4년간 취약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치매 예방·재활센터’ 200개를 설치하고 7월까지 반드시 기초연금 지급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이 첫 공약으로 이 같은 ‘어르신 섬김’ 정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기초연금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핵심 지지층인 노인 표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기초연금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정부안을 지지하는 비율이 40~50%로 그렇지 않은 비율(30% 안팎)보다 높다”며 “이를 바탕으로 야당 설득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미 이달 초부터 ‘국민 생활비 부담 경감 대책 시리즈’를 내놓으며 여당과의 정책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대학 입학금 폐지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국공립 대학은 즉시 폐지하고 사립대는 3년 경과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잇따라 공개한 △무제한 환승 정액제(교통비) △통신 3사 와이파이 무료 개방(통신비) △교복 학교 구매 의무화(교복비) △공공 산후조리원 확충(산후조리원비) 등에 이어 다섯 번째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펼친 각종 정책 우수 사례도 모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9일 1탄으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한 ‘생활임금’ 제도를 소개한 데 이어 이날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들을 공개했다. 서울시와 인천시를 비롯한 광역단체는 물론 서울 노원·관악구, 경기 성남·부천시, 광주 광산구 등 기초단체들이 주요 사례로 꼽혔다.

장 의장은 “생활임금 제도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 정책위가 김기현 의장의 울산시장 출마로 생긴 업무 공백을 딛고 선거 공약을 내놓기 시작한 만큼 민주당 정책위와 ‘공약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