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전자입찰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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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이 가져온 놀라운 변화
더 없이 편해졌지만 소통 아쉬워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더 없이 편해졌지만 소통 아쉬워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필자가 몸담은 조직이 서울 반포동에 있던 시절, 거의 매일 청사 주차장과 주변 도로가 꽉 막히곤 했다. 입찰을 보러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기업인들 차량이 홍수를 이뤘기 때문이다. 전기·통신 공사 입찰엔 수백명이, 어떤 경우엔 1000명도 넘게 몰려 대강당에서 집행해야 했다. 장내가 소란하기 짝이 없고 한 건 한 건 입찰 집행이 정말 중노동이었다.
그러다 대전으로 옮겨오고 얼마 지나 전자입찰이 시행되면서 입찰 풍속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입찰실이 없어지고 그 많던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 온종일 걸리던 입찰이 집행관 컴퓨터에서 20분 내 끝나는 ‘디지털 입찰’로 변한 것이다. 입찰 결과가 인터넷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면서 쇄도하던 문의전화도 줄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져온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다. 찾아오는 외국 공무원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면 감동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이뿐 아니다. 입찰 계약에 ICT를 접목해 매년 8조원가량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효율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하지만 2%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업과의 소통이 이전만 못하다. 입찰부터 대금 지급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 시장에 대한 이런저런 귀동냥도 어려워지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서양인과 달리 우리같이 에둘러서 말하길 좋아하는 문화권 사람들은 언어적 메시지만으로는 의사 전달이 어렵다.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표정, 목소리, 몸짓, 심지어 대화 분위기 같은 비언어적(non-verbal)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게 차단되니….
거래 기업과의 소통만 어려워진 게 아니다. 전자 보고·결재 환경이 되면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여의치 않다. 모니터상 글자만으론 행간의 뜻, 사안의 이력, 부대 상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지혜와 경험의 공유 및 전수도 잘 안 되고. 이런 이유로 전자방식의 과업 수행, 조직 운영의 성과가 전통적 방식보다 못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나는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현장 간담회를 자주 연다. 문제와 답을 모두 현장에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들과 대면 회의도 즐겨 하면서. ICT의 발달로 시공간의 제약이 극복되고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자메시지용 이모티콘이 많이 생긴 건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그러다 대전으로 옮겨오고 얼마 지나 전자입찰이 시행되면서 입찰 풍속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입찰실이 없어지고 그 많던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 온종일 걸리던 입찰이 집행관 컴퓨터에서 20분 내 끝나는 ‘디지털 입찰’로 변한 것이다. 입찰 결과가 인터넷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면서 쇄도하던 문의전화도 줄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져온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다. 찾아오는 외국 공무원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면 감동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이뿐 아니다. 입찰 계약에 ICT를 접목해 매년 8조원가량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효율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하지만 2%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업과의 소통이 이전만 못하다. 입찰부터 대금 지급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 시장에 대한 이런저런 귀동냥도 어려워지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서양인과 달리 우리같이 에둘러서 말하길 좋아하는 문화권 사람들은 언어적 메시지만으로는 의사 전달이 어렵다.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표정, 목소리, 몸짓, 심지어 대화 분위기 같은 비언어적(non-verbal)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게 차단되니….
거래 기업과의 소통만 어려워진 게 아니다. 전자 보고·결재 환경이 되면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여의치 않다. 모니터상 글자만으론 행간의 뜻, 사안의 이력, 부대 상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지혜와 경험의 공유 및 전수도 잘 안 되고. 이런 이유로 전자방식의 과업 수행, 조직 운영의 성과가 전통적 방식보다 못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나는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현장 간담회를 자주 연다. 문제와 답을 모두 현장에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들과 대면 회의도 즐겨 하면서. ICT의 발달로 시공간의 제약이 극복되고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자메시지용 이모티콘이 많이 생긴 건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