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6일 저소득 월세입자들에게는 감세를 통해 월세부담을 줄여주고,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았던 임대인들에게는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취득·재산세를 깎아주는 대신 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도록 하는 ‘준공공임대주택 제도’도 내놨다. 전세대란과 월셋집 급증 등 최근 임대주택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대책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전문가들은 “방향은 맞지만 ‘임대차시장 선진화’에 대한 핵심이 빠져 후유증이 크다”고 지적했다.
땜질 처방에 시장 혼란 가중
주택임대차시장은 4년 전만해도 사실상 ‘비과세 영역’이었다. 3주택자 이상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과세도 2011년부터 시행됐다. 이번엔 ‘임대수익 2000만원 이상 2주택자’의 전·월세수익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다른 돈벌이 없이 1년에 2000만원 정도의 월세만 받는 ‘생계형 임대소득자’에게 가혹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정부는 1주일 만에 부랴부랴 보완책을 내놨다.
정부의 보완대책에도 주택시장 혼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임대소득 과세’ 부문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집주인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임대주택사업을 고려했던 예비 투자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주택 거래가 줄고 있다고 중개업계는 하소연이다. 월세입자 세액공제도 뒷말이 많다. 고소득층 월세입자가 저소득층보다 감세혜택이 크다고 아우성이다. 실제 연봉이 2000만원인 월세입자는 이번 대책으로 한달에 1만2500원의 감세혜택이 있는데, 연봉 6000만원 월세입자는 매월 5만원으로 네 배나 혜택이 크다는 것이다.
민간임대 현황 파악이 급선무
이번 대책의 최대 허점은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의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간별 과세조정에 나섰다는 점이다. 형평성·실효성·투명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모든 임대수익은 등록을 하도록 하는 이른바 ‘임대차 등록제’ 시행이 급선무다. 선진국치고 임대등록제 안 하는 나라는 없다. 세금을 어떻게 매길지는 그 다음이다. 임대주택의 규모·위치·임대료 등의 정보가 소상하게 파악되면 세금을 부과하고 면세점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간의 ‘합리적 공조 전략’도 다양하게 세울 수 있다.
임대인(임대사업자)들의 불안감도 사라진다. 주택임대사업에는 적정 세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정착되면 투자심리가 안정된다.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전·월세 적정가격’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들쑥날쑥 임대료에 대한 박탈감도 줄어든다. 국가의 임대주택 기반정보체계 구축 없이 물리는 임대소득은 앞으로도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효율적 공급·관리를 위해서도 민간임대주택시장의 기본 정보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박영신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