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이 밥통아 - 윤성학(1971~ )
사랑이 밥통과 같다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나의 부엌에서
가장 어리석고
아둔한 음운을 가진 부속
사랑이 그렇게 둔탁한 발성과
모서리 없는 몸을 가졌다는 걸
일찍이 알지 못했네


오래 집을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속이 비쩍 다 마르도록
전원을 끄지 않고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던
너,

의 이름을 부른다

매일매일 밥해줘도 우린 밥통에 눈길 한 번 안 줍니다. 밥통은 그냥 밥통. 둔탁하고 둥근, 자극적이지 않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안의 한기(寒氣) 속에서도 밥통은, 돌아온 내게 내어줄 온기를 제 안에 품고 있습니다. 당신에겐 이 존재, 누구입니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