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국 옆 나라 디스카운트’에 빠졌다. 지난 2월 중국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줄어드는 등 각종 경기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한국 증시가 동반 추락하고 있는 것.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집중되는 아시아 신흥국은 한국뿐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역량도 많다는 한국의 특성이 중국 경기 둔화기를 맞아 약점으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일 내내 한국 주식을 팔았다. 1주일간 순매도액은 1조3162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자 1974.68로 한 주를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도 1919.90으로 밀렸다.

한국 증시 '중국 옆 나라 디스카운트'…외국인, 1주일간 1조3000억 순매도
올 들어 1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한국 주식은 3조6074억원어치에 달했다. 반면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대만(12억750만달러 순매수),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테이퍼링(미국의 양적완화)에 취약할 것으로 전망됐던 인도(10억3300만달러 순매수) 등은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외국인 투매 현상이 빚어진 요인 중 80% 이상은 중국 경기 둔화 때문으로 봐야 한다”며 “신흥국에 투자하는 주요 펀드가 한국 기업들의 성장성에 의심을 품고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외국인 자금흐름이 빠르게 개선되긴 힘들 것”이라고 거들었다.

업종별로는 화학, 철강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LG화학 주가가 올 들어 14일까지 25.05% 떨어진 것을 비롯해 롯데케미칼(-31.44%), 대한유화(-18.96%) 등 화학업종 대부분이 두 자릿수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삼성, KDB대우, 하나대투, 대신 등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중국 리스크’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긴급설문을 한 결과 철강·화학 등 소재·산업주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내에서 과잉투자가 집중됐던 화학·철강 등 소재·산업재 업종의 투자심리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수출중심 경제에서 내수중심 경제로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중국 내수주는 상승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쳤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수출위주에서 내수소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만큼 정책흐름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송형석/김동욱/이고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