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6일 오후 2시36분

법원이 오는 21일 (주)동양 관계인 집회에 광학식 문자판독기(OCR) 방식 의결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 기업 사상 전례 없는 최대 채권단(3만80000여명) 대상으로 회생계획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21일 사상 최대 채권자들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동양 관계인집회에서 의결 방법에 사상 최초로 OCR 방식 의결을 통해 회생계획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법원에 본인 신분 확인을 거친 채권자가 OCR카드를 받아 찬성 혹은 반대에 표시한 뒤 투표함에 넣으면 OCR 광센서가 채권자 의사표시를 자동으로 인식, 집계하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이 채권자를 호명해 찬반 여부를 물으면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라며 “OCR 방식 도입시 결과는 10분 만에 나온다”고 말했다.

법원은 앞서 지난달 열린 1차 동양관련 관계인집회에서 소위 ‘멘붕(멘탈붕괴·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을 경험했다. 채권자 1400여명이 몰려 대형 법정 2곳이 동원되고 참가자들 대부분 복도의 TV를 통해 방청해야했기 때문이다. 동양 채권단 3만8000여명은 회사채를 매입한 2만8549명, 특수목적법인 티와이석세스를 통해 전자단기사채를 인수한 5100여명, 기타 채권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전자단기사채 인수자는 티와이석세스가 의결권을 위임받으면 되지만 나머지 3만2000여명 가량은 일일히 의견을 물어 최소 2만1000여명의 가결을 받아야 한다.

법원은 또 ㈜동양 채권자를 성격별로 분류해 오전과 오후로 나눠 관계인집회를 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사상 최대 채권자가 모이는 만큼 이날 법정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중앙지법 인근 서울 교육대학교 체육관을 빌리기 위해 문의했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동양과 채권단측도 이날 원할한 집회를 위해 의결권 위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양피해자 모임은 크게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와 ‘동양 피해자대책협의회’로 양분돼 있다.이 협의회 외에도 2곳의 회사채협의회가 더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고 ㈜동양, 동양증권도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법원은 관계인집회를 통한 채권자간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고, 혼란이 가중될 경우 강제 회생 인가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