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美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美 국무장관
여성 정치인들도 메시지 전달 도구로 패션을 활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강인한 이미지로 도전 정신을 드러내야 할 때 붉은색을 선택해왔다. 2007년, 2012년 2회에 걸친 대선 출마 당시 모두 붉은 재킷을 입었다. 2012년 총선 때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붉은색 점퍼 차림으로 전국을 누볐다.

국내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뒤 지난해 2월 취임식에서는 금 단추가 달린 올리브그린 재킷을 입었다. 흔히 ‘국방색’으로 불리는 색상을 택해 군 통수권자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보수적인 디자인의 재킷에 정장 바지를 고집한다. 튀지 않는 수수한 단색 바지 정장을 즐겨 입어 ‘국민을 따뜻하게 보듬는 엄마’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바지 정장을 고수하지만 과감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상으로 ‘유능하면서도 매력적인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미국 최초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브로치 정치’로 유명했다. 벌, 나비, 거미, 악어 등 갖가지 모양의 브로치 수백개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2000년 방한시 햇살 모양 브로치를 달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미국 저가 브랜드 및 신진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자주 입어 전 세계에 자국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영국 왕세손빈인 케이트 미들턴은 명품과 영국 중저가 브랜드를 적절히 섞은 격조 있으면서도 수수한 스타일로 자국 제품 매출에 일조하고 있다.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패션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한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은 ‘민주화의 꽃’ 아웅산 수치 여사”라며 “‘민주화의 희망을 꽃피워 달라’는 의미로 미얀마 민주화 집회 때마다 시민들이 건네준 꽃을 머리에 꽂았고 미얀마 전통 복식 요소가 뒤섞인 옷을 즐겨 입었다”고 말했다. 간 교수는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만찬 때 한복을 이브닝드레스로 활용하거나 교민 행사 때 한복을 입어 고국에 대한 교민들의 향수에 도움이 되도록 연출하는 부분도 높이 평가할 대목”이라고 했다.

김선주/임현우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