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에 본격 제재를 가할 경우 한 분기에만 약 500억 달러의 자본이 러시아를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대부터 10년 이상 재무장관을 지내고 현재 대통령 산하 경제위원회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는 알렉세이 쿠드린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전망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쿠드린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심화할 것이며 이 때문에 서방의 경제 제재가 예상되고 있다”면서 이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의 분쟁 때도 서방의 대러 제재가 있었지만 그 기간은 3~6개월 정도였다”며 “이번엔 관계국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제재 기간이 더 길어 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같은 제재는 러시아의 거시 경제와 투자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이는 외국 투자자들 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와 국민의 투자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일부 (러시아) 인사들의 계좌 동결에만 제한된다면 이는 특정 기업이나 기업활동, 일정 목록의 상품과 제품에만 영향을 미치는 약한 제재에 그칠 것”이라며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내 활동을 접는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쿠드린 전 장관은 서방 은행들이 이미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여신 라인을 차단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쿠드린은 “이같은 혼란의 여파로 올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말 예상치인 2.5%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1.5% 성장을 예상하지만 내가보기엔 1% 아니면 제로 성장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럽의회는 러시아 제재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크림 반도에 대한 군사 개입 철회를 거부하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금수와 자산 동결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무기금수와 아울러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 이전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등 유럽연합(EU)의 제재안보다 더 광범위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의회의 결의는 구속력은 없지만 EU의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러시아의 가입 협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OECD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회원 가입 절차와 관련된 활동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34개 OECD 회원국의 협상 중단 요청에 따른 것이다. OECD는 성명에서 러시아와 협상 중단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 점거하고 크림 자치공화국 합병을 추진하는 데 대한 제재 성격으로 해석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