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공제회 등 공공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에 ‘안현수 신드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운용을 책임진 사람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경쟁사로 옮기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 지방 이전에 따른 불편함 등으로 인해 핵심 운용인력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연기금·공제회에 부는 '안현수 신드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8년간 국내 부동산 투자를 전담해온 대체투자팀장 A씨(41)는 지난달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이직했다. 임금도 두 배에 달하는 데다 2016년 기금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는 데 따른 교육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기금에서 퇴사한 운용역은 올 들어 세 명이다. 작년 한 해 동안 7명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직원을 뽑고 있고, 헤지펀드 운용사를 비롯해 민간 쪽에서도 해외투자 전문가를 물색하고 있어 퇴사 인원이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는 2011년에도 대량 직원이탈 사태를 겪었다. 108명의 운용역 가운데 21명이 퇴사, 이직률이 23.5%에 달했다. 이듬해 재취업 조건이 강화된다는 소식 탓이었다. 2016년 전주 이전을 앞두고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도 시끄러워지고 있다. 각각 본사를 제주 서귀포시(내년 예정), 전남 나주시(올해 말)로 이전하면서 운용 쪽은 서울에 남기기로 해서다. 노조는 서울에 남는 자금운용부서의 경우 순환근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 운용역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방 이전 이슈는 없지만 서울시청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행정공제회는 이미 순환보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봉오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라는 이유만으로 돌아가면서 기금 운용을 맡자는 것”이라며 “전문성을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아쉬워했다. 교직원공제회 역시 자체 교육 과정을 두고 있다는 명목으로 순환보직을 허용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