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층에 분명 에어비앤비(공유 숙박 플랫폼) 숙소가 있어요. 캐리어 끄는 소리가 매일 들린다니까요. 간혹 쓰레기를 문 앞에 내놓거나 새벽까지 시끄럽게 떠드니 스트레스받아요."서울 중구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은 최근 몇몇 오피스텔 호실을 불법 공유 숙소로 활용하는 이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 외에도 입주민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해당 오피스텔의 입주민 채팅방에선 "누가 봐도 외국인 관광객인 분들과 자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다", "우리 층에 에어비앤비 숙소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시끄럽다", "에어비앤비 숙소로 추정되는 호실 문 앞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우리 오피스텔 공동 현관 비번은 공공재다" 등 입주민의 불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해당 오피스텔은 서울역, 명동 등 외국인 관광객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공유 숙소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인 숙소였다. 30일 공유 숙박 앱을 확인해보니 이 오피스텔 건물에서만 최소 5개의 호실이 공유 숙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가격은 1박당 14만~16만원 수준이었으며, 몇몇 숙소는 내년 1월까지 월별로 2주 이상 예약이 돼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네이버 부동산 앱을 기준으로 해당 오피스텔의 월세가 평균 100만원대인 점, 관리비와 비품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에 절반가량 예약을 성사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이외에도 마포구 공덕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자취하는 대학원생 B씨는 "옆집에서 나오는 사람이 매번 달라지는 데다, 어떨 땐 새벽까지 시끄럽다"면서 "분명 공유 숙소인 것 같은데 신
영국 사진작가 자나 브리스키의 사진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해둔 대형 인화지 근처로 동물과 곤충이 다가온 순간 플래시를 터뜨려 그림자를 기록한다. 일명 ‘포토그램’ 기법으로 완성된 그의 작품은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배제한다. 원시 상태 사진술에 가깝다. 작가가 자연의 생명을 조우했을 때 느꼈을 경이롭고도 신비한 감정이 오롯이 전해지는 이유다.서울 삼청동 뮤지엄한미에서 열리는 ‘밤 끝으로의 여행’ 전시는 ‘밤’을 주제로 국내외 사진 거장 32명의 작품 100여 점을 살펴본다. 1900년대 초반 고전부터 컨템퍼러리까지 20년간 뮤지엄한미가 수집해온 작품이다. 구본창(1953~), 김재수(1929~2006), 만 레이(1890~1976), 브라사이(1899~1984)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다.이들이 포착한 밤은 현대인의 고독을 끄집어낸다. 앤설 애덤스의 ‘뉴멕시코 허낸데즈의 월출’이 광활하게 펼쳐낸 도시 풍경 주위로 모리야마 다이도의 ‘들개’가 배회한다.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플랫아이언 빌딩’에서 인간 문명의 불이 꺼지면 브리스키의 밤 곤충의 시간이 열린다.‘욕망’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다. 낮 동안 억눌려 있던 욕구가 어둠과 함께 격동적으로 분출하는 듯하다. 꽃잎, 달걀이 든 유리그릇, 깃털, 조개 등 여성과 남성 신체를 연상시키는 피사체들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성의 신체가 남성 손안에 속박된 듯 묘사한 제리 유엘스만의 ‘포토몽타주’도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죽음 역시 어둠과 불가분의 관계다. 싸늘한 긴장감과 공허함 등 불편한 심상을 반복적으로 투사한 사진들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마리오 자코멜리
‘프랑스현대사진전’은 19세기 중반 사진을 발명한 프랑스에서 발전해온 오늘날 사진 예술의 수준을 가늠하는 전시다. 인공지능(AI) 등 과학의 발달로 카메라가 구닥다리 기술이 된 지금, 사진이 오히려 단순히 시간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을 중첩하는 첨단 미술의 미래라는 맥락에서다. 서울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30일 개막한 프랑스현대사진 전시가 반가운 이유다.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드 레코테가 공동기획자로 참여했다. 레코테는 퐁피두센터와 파리시립미술관에서 10년 이상 사진 전문 큐레이터로 지내며 현장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쟁점을 연구해 왔다. 지난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전시 내내 전통적인 주제와 기법, 그리고 최첨단을 변용해 창작해내는 사진 작업 방식에 일종의 긴장감이 있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22명의 작가 작품 86점을 모았다. 20대 사진가부터 프랑스 사진계를 주름잡아 온 80대 원로 작가까지 다양하다. 전시장에 발을 들이기 전 일반적인 사진전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작품을 볼 때마다 ‘이게 사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 고전적 촬영과 인화 기법을 쓰면서도 암실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사진을 만들고 이미지에 물리적 개입까지 서슴지 않는다.시몽 브로드벡과 리쉬 드 바르뷔아 커플의 작품 ‘평행의 역사’ 연작은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만들었다. 눈물이 다섯 갈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기괴하다. 어느 시대, 누구의 작품인지 알려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 묘사를 통해 AI가 재창작한 것으로 인간의 인지와 기억이 AI의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