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장에 귀 쫑긋 세운 우량 기업들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고 증권사 한두 곳과 논의했는데 국내에선 돈이 잘 안되니 해외로 나가보라고 하더군요. 2~3년 후에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상장을 추진해 볼 계획입니다.”

게임 개발사 B사 관계자는 5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삼일회계법인 주최로 열린 ‘2014 해외 기업공개(IPO) 세미나’에서였다.

이번 행사에는 해외 상장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85개 업체와 증권사, 법무법인, 회계법인, 해외 각국 거래소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국내상장사도 DR 발행 등 검토

정재욱 3S시스템 대표는 “싸이도 해외에 나가 성공하는데 기업도 굳이 국내 상장만 생각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의 개발사인 블루홀 스튜디오의 조기범 재무팀장은 “게임사는 국내보다 일본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이 더 좋다”며 “5년 내 일본에 상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미 국내에 상장된 업체들도 해외 상장을 검토하고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한국콜마의 이준열 기획팀장은 “해외시장의 원활한 진출을 위해 본사나 현지 법인을 해외에 직상장시키거나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대각 도쿄거래소 상장유치부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 일본에 상장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10~20%가량 늘었다”며 “두 번 이상 직접 만난 업체가 10군데 정도 된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 메리트 떨어져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해외 상장에 관심이 높은 이유로 국내 상장의 매력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 IPO 담당 부장은 “요즘은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하려고 해도 금융당국의 심사가 깐깐하고 시간도 길어져 제때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IPO 담당 과장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한국보다 기업가치를 높이 쳐주기 때문에 해외 상장의 매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거래소도 유치 경쟁

이날 각국 거래소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냈다. 마이클 챈 홍콩거래소 글로벌마켓 담당 부대표는 “예전에는 홍콩 달러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위안화로 직접 발행할 수 있어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의 홍콩 상장이 더 유리해졌다”고 홍보했다. 셜리 리 대만증권거래소 해외기업 상장부문 부대표는 “대만은 2012년 전담지부를 설립하고 외국 기업의 대만 상장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