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열 포항제철중 상담진로부장이 4일 학교 상담실에서 한 학생과 진로 상담을 하고 있다. 포항제철중 제공
박주열 포항제철중 상담진로부장이 4일 학교 상담실에서 한 학생과 진로 상담을 하고 있다. 포항제철중 제공
“학교 위상과 수업의 질은 교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학교가 바뀌려면 교사부터 변해야지요.”

4일 경북 포항 지곡로 ‘포항제철지곡초교’에서 만난 정해경 연구부장 교사는 지난해 5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기록한 학생 상담일지를 꺼내 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문 상담교육을 받고 상담일지를 읽어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많아 놀랐다”며 “공부를 더 많이 해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상담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교사가 상담 자격증 취득

포스코교육재단 12개 학교의 새로운 실험…"인성교육이 먼저"
포스코교육재단(이사장 박한용·사진) 산하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12개교 일선 교사들 사이에 상담교사 자격증 취득 열기가 뜨겁다. 재단이 지난달 전 교원(528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상담교사 자격 인증제’ 시험에서 58%인 306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문 상담이 가능한 1급 자격증 취득자도 2명 나왔다.

교사들의 상담 교육을 총괄 지원하는 류미경 포항제철동초교 교감은 “지난 1월 방학 중인데도 대다수 교원이 이틀간 18시간의 연수교육을 이수하며 시험 준비하는 것을 보고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당초 합격률을 22% 정도로 잡았던 재단 측은 예상외의 결과에 놀라워했다. 지난해 9월 박한용 이사장이 ‘글로벌 일류 시민을 양성하는 행복한 학교’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국내 처음으로 ‘전 교원의 상담 교사화’를 추진할 때만 해도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당시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찾아주려면 교사부터 상담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일일이 설득했다.

안종진 인천 송도고 교장은 “명문대 진학에만 매달리는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이 교사의 관심 밖에 놓여 낙오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 교원의 상담교사화는 이런 학생들까지 포용해 학교 전체가 행복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교생 1년 8차례 상담 추진

포스코가 직원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설립한 포스코교육재단은 1971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12개 유·초·중·고교 졸업생 10만6830명을 배출했다. 포항제철고는 올해 서울대에 27명이 합격하는 등 명문고교로 자리매김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2016년까지 전 교원이 상담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기 위해 매년 ‘올해의 상담 명인’과 ‘상담 우수교사’를 선정해 표창과 함께 각각 300만원과 100만원의 격려금을 주고 인사 가점도 부여하기로 했다.

재단은 교사들이 인증 획득을 위해 제출하는 상담 사례와 실적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기로 했다. 인증자격 갱신 주기도 2년으로 제한했다. 연중 학부모와 함께하는 상담 교육도 강화한다.

박 이사장은 “전 교사가 상담교사 역할을 하면 12개 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1년에 평균 8차례 정도 상담이 가능해져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대처 등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행복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