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들의 현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사모펀드에 돈을 넣고 있지만 정작 사모펀드들은 투자금을 운용할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는 바이아웃(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인수) 딜을 만들기 위한 사모펀드 간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미국 증권전문채널 CNBC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계 경영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모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는 전년 대비 12% 늘어난 1조달러에 달했다. 드라이파우더란 사모펀드들이 미래의 투자를 위해 내부에 쌓아 놓은 현금을 뜻한다. 과거 화약을 사용해 전쟁을 치렀을 당시 지휘관이 전투에 대비해 충분한 양의 마른 화약을 준비해 놓아야 했던 것에서 유래됐다.

드라이파우더가 불어난 건 지난해 주가 상승의 영향이 크다. 사모펀드들은 주가가 오르자 2000년대 중반 대거 사들였던 기업 지분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지난해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는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반면 주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신규 투자는 줄었다. 베인&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아웃 딜 숫자는 11% 감소했다.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자 기업들이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는 대신 IPO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바이아웃 딜이 늘어나지 않는 요인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사모펀드에 돈을 집어넣고 있다. 지난해 바이아웃 전문 펀드들이 조달한 투자금은 1910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89%나 늘어났다.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투자금을 굴려야 하는 사모펀드들은 과거에는 하지 않았던 소액 지분 투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작년 신발 제조회사 크록스의 주식 2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칼라일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닥터 드레’ 헤드폰 제조사 비츠일렉트로닉스에 5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