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합의 '막전막후'

우원식·송호창 물밑협상

송호창 새정치연합 소통위원장(왼쪽)과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이 2일 국회 사랑재에서 대화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간 신당 창당선언은 2일 베일을 벗기까지 사흘간 극비리에 진행됐다. 민주당 2인자인 전병헌 원내대표도 발표 30분 전까지 몰랐다.

지난달 28일 오후 김 대표는 국회 본회의 도중 서울 여의도 한 호텔로 최고위원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다. 이날은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공천 폐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시한이었다. 신경민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무(無)공천 주장이 압도적이자 김 대표는 무공천 결심을 굳혔다. 이어 “이 정도 분위기라면 무공천을 동력 삼아 판을 키워볼 수 있겠다”며 ‘추가 카드’를 꺼내들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 열린 김 대표와 3선 의원 면담에서도 통합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과 안 위원장 측 송호창 의원 등 양측 간 대화 채널이 물밑에서 가동됐다. 야권 통합론을 공개적으로 펴왔던 우 최고위원이 송 의원에게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을 전하며 통합 의사를 타진했다. 송 의원도 “그것만 해결되면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밤 안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무공천 결심을 전하며 “연대 또는 통합 논의를 하자”고 공식 제안했고, 이튿날인 1일 오전 8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배석자 없이 안 위원장과 회동을 했다. 신당 창당에 대한 원론적 합의는 이 자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오후 8시30분께 서울 모처에서 다시 마주했다. 2일 0시40분께 합의문이 완성되기까지 4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다. 안 위원장 측은 민주당 측에 “민주당이 새정치를 위해 어떤 희생과 헌신을 보여줄지 분명히 담아달라”며 ‘활자’로 합의문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측은 “문자로 쓸 수 있는 성격이 아니지 않느냐”고 맞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결국 민주당이 “신뢰관계를 토대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합의문이 완성되자 김 대표는 이날 새벽 2시께 최고위원들에게 “중요한 일이 있으니 꼭 참석해달라”며 오전 9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새정치연합 쪽에도 오전 9시 공동위원장단 회의, 10시 팀장 회의가 소집됐다.

정당공천 폐지를 위해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만난 자리에서도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이 문제가 거론됐다고 한다. 이후 양측에서는 막후에서 다양한 채널이 움직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