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요리보고 조리봐도 인간 최고 발명은 '요리'…불·물·공기·흙 통해 날것을 문화로 만드는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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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욕망하다 / 마이클 폴란 지음 / 김현정 옮김 / 에코리브르 / 560쪽 / 2만8000원
![[책마을] 요리보고 조리봐도 인간 최고 발명은 '요리'…불·물·공기·흙 통해 날것을 문화로 만드는 연금술](https://img.hankyung.com/photo/201402/01.8415042.1.jpg)
하버드대 인류학자이자 영장류 동물학자인 리처드 랭엄 교수는 2009년 출간한 책 《요리본능》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날것이 아니라 소화와 흡수가 잘 되도록 조리한 음식을 먹게 되면서 인간의 소화기관이 작아지는 대신 뇌 용량이 커졌다는 것. 아프리카에서 180만~190만년 전 나타난 호모 에렉투스의 턱과 치아, 소화관이 그 조상인 호모 하빌리스에 비해 더 작았으나 뇌 용적은 훨씬 컸던 것이 불을 이용하면서 요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랭엄 교수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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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요리보고 조리봐도 인간 최고 발명은 '요리'…불·물·공기·흙 통해 날것을 문화로 만드는 연금술](https://img.hankyung.com/photo/201402/AA.8412839.1.jpg)
저자는 자연상태의 물질이 요리라는 문화적인 형태로 변화하는 과정을 불·물·공기·흙의 네 가지 요소에 기대어 설명한다. 예를 들면 노스캐롤라이나 동부의 바비큐 화덕에서 고기를 굽는 법을 배우면서 인간이 고기를 구워 신에게 제물로 올린 번제와 신화이야기, 요리에 쓰이는 불의 사회적 구심력 등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다.
역사적으로 보면 물을 이용한 요리는 불보다 늦게 시작됐다. 요리 재료를 담을 냄비가 발명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 요리의 등장과 함께 요리는 실외에서 가정 영역인 실내로 옮겨갔다. 저자는 이런 설명과 함께 일상의 가정 요리는 물론 어머니, 할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만들어낸 오래된 여러 기법을 단계별로 펼쳐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집과 가족이 자연스럽게 주제로 등장한다. 음식을 만드는 일이 여성의 몫으로 자리잡고 음식을 나눠먹는 식탁이 교육과 결속,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계승의 자리가 되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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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절임(피클)과 치즈, 알코올 등의 발효식품을 찾아다닌 그는 김치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도 왔다. 그가 한국에서 배운 것은 손맛의 의미다. 그는 “손맛은 음식과 관련한 무한히 복잡한 경험이며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과 생각, 개성이 새겨진 것”이라며 “손맛이 사랑의 맛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가공식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집에서 줄거나 사라지고 있는 음식 만들기의 중요성을 책 곳곳에서 역설한다. 비만과 질병을 막기 위해, 공동식사라는 의례를 통한 가족 간 대화와 교육을 위해, 요리 과정에서 자연과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해 더 자주 직접 요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리하느냐, 마느냐는 이처럼 중대한 문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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