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스콧 교수는… > △1967년 카네기멜론대 경제학 박사 △1970년대 말 ‘프레스콧-키들랜드 페이퍼’ 통해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의 필요성 주장 △1980년 미네소타대 경제학부 교수 △1998년 시카고대 교수 △200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2004년~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 프레스콧 교수는… > △1967년 카네기멜론대 경제학 박사 △1970년대 말 ‘프레스콧-키들랜드 페이퍼’ 통해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의 필요성 주장 △1980년 미네소타대 경제학부 교수 △1998년 시카고대 교수 △200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2004년~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미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1990년대의 창업 붐을 재현해야 합니다.”

노벨경제학상(2004년)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규제로 둔갑하면서 기업가정신을 꺾고 창업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26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미 경제의 갈지자 행보에 대해 생산성 둔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면서 “소득불평등 문제도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분배정책으로 해결되지 않고 생산성 증대와 성장만이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최근 의회예산국(CBO)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킬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내용에 동의한다. 전 국민 의무보험인 오바마케어는 일종의 세금 인상이다.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고 미가입 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정규직을 50인 미만으로 유지하려고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으며, 대기업은 추가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일종의 재분배 정책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소득격차가 심해지자 정부가 분배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해 격차를 더욱 키웠다. 2차대전을 계기로 성장정책으로 전환했고, 그 이후 소득격차가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포퓰리스트들의 재분배정책은 의도와 달리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결국 전체 국민의 소득을 저하시키고 소득격차도 확대시킨다. 소득불평등 해소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의 생산성이 낮다는 뜻인가.

“미국이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된 것은 높은 생산성 덕분이었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1948년 이후 연평균 2.5%씩 향상돼왔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겪은 뒤 2011년 이후엔 1.1%로 낮아졌다. 지난달 미 제조업 생산이 급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생산성 둔화세가 지속되면 1990년대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을 미국이 답습할 수도 있다.”

▷생산성 둔화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탓이다. 기업들의 생산성 증대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늘어나고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고소득 근로자들이 일하는 제너럴모터스(GM)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말았어야 했다. GM을 파산시켜 고비용 저효율의 노동조합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있어야 노동자들이 생산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이런 시장경쟁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된다.”

▷생산성 제고방안은.

“무엇보다 창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미국에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경제가 고속 성장한 기간은 1980~1990년대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인텔 구글 등과 같은 기업이 잇따라 탄생했고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런 기업이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경제 번영을 가져왔다. 당시 기업가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하는 데 장애물이 없었다. 미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하려면 그때처럼 창업 붐이 일어나야 한다. 불행히도 현재 미국의 연간 창업 증가율은 1980년대보다 29%가량 낮다.”(카우프만재단에 따르면 1991년 인구 10만명당 창업기업 숫자는 185개였으나 2011년에는 131개로 29% 감소했다.)

▷왜 창업이 시들해졌나.

“워싱턴의 정치가 문제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온 정책들이 오히려 창업의 발목을 잡아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법’, 그린에너지산업의 보조금 정책, 8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 오바마케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정책은 기존 기업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신생기업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생산성 증대 노력을 희생시키면서 기존 기업을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도 창업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부의 비효율성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 주도의 중앙집권적 정책은 올바른 정답이 아니다. 좋은 시스템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야 성과가 떨어지는 기업은 스스로 퇴출된다. 비효율적인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 무너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조언을 하나 보탠다면 홍콩처럼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가 부담이 줄어들어 창업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의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미 중앙은행(Fed)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에서 2차대전 후 통화정책이 성장과 고용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미 경제 회복이 더딘 것은 경기부양책이 미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본질은 기업이 예전처럼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오너들은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 법인세율(35%)은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일부 주에선 연방세, 주정부세, 지방세 등을 합치면 60%에 이른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신흥국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금융개혁에 나설 경우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흥국은 차별화될 것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잘하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신흥국이 아니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과 함께 서유럽을 따라잡았고 지금은 최상위 선진국에 속해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