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폐지되기 전에 인센티브를 챙기자.’

오는 7월 폐지가 예정된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둘러싸고 병원과 제약업계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이 새 제도가 나오기 전 공백 기간에 인센티브를 많이 받기 위해 저가입찰을 계속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전남대병원 등 주요 종합병원들은 제약사·도매업체에 시장형 실거래가 방식의 의약품 입찰을 통보했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의약품을 기준 가격보다 싸게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다. 지난 2월1일부터 재시행됐으나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와 병원·제약사가 참여한 협의체는 지난 14일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합의하고 대체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대안을 내달 입법예고하더라도 일러야 7월께에나 새 제도가 시행된다는 점이다. 병원들은 이 기간에는 기존 실거래가 제도가 유효하다는 점을 활용해 ‘저가 입찰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제약사와 도매업체에 900여개 의약품에 대한 입찰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의 연간 약제비가 2500억원 안팎이고 과거 실거래가 시행 당시(2011년) 1년간 78억원의 약제비를 인센티브로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넉 달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금액은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대병원도 14일 실거래가 폐지 결정 이후 의약품 재계약을 진행 중이다. 전남대병원도 최근 제약사와 도매업체에 재계약을 통보했다. 전남대병원은 제도 폐지 이전까지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을 30억원 내외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체들은 대형병원들의 재계약 요구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제도지만 남은 기간에라도 이익을 챙기겠다고 나오면 피할 방법이 없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저가입찰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