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하면서 당초 신설할 방침이던 ‘사내 변호사의 기업비리 고발의무 조항’을 삭제했다. 한국사내변호사회가 “과도한 의무 부과”라는 이유로 반발하는 등 법조계 일부와 재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본지 2월21일자 A25면, 2월24일자 A31면 참조

변협은 24일 정기총회를 열고 사내변호사의 기업비리 고발의무 조항을 삭제한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안을 상정해 가결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411명 가운데 247명(60.1%)이 개정안에 찬성했다. 당초 변협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위법 행위를 조직의 장이나 집행부, 다른 관계 부서에 말하거나 기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으로 53조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혀 이를 삭제했다.

최진녕 변협 대변인은 “법조계 내부에서 개정안 53조에 대해 이견이 있어 전날 밤까지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며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해 해당 조항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내변호사회는 변협의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 방침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22일부터 “신설 예정인 53조는 사내변호사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라며 반대 운동을 해왔다. 재계도 “기업 내부에 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했다.

다만 변협은 ‘사내변호사는 업무 수행에 있어 변호사로서 독립성 유지가 기본윤리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51조를 원래 계획대로 신설했다. 최 대변인은 “위법행위를 보고도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를 상징적으로나마 남겨 놓은 것”이라며 “명확한 의무 부과(53조)를 포기한 건 아니고 장기 과제로 넘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변협의 이런 방침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비리가 있으면 이를 알려야 법질서를 확립하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과 “변호사도 기업 임·직원으로서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할 의무를 진다”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