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비효율·저생산성의 틀을 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1년 전 경제 부흥을 통한 ‘제2 한강의 기적’을 기치로 내걸고 취임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던 한국 경제가 성장률 하락으로 ‘제2의 일본화’가 우려되는 시점에 나온 ‘제2 한강기적론’은 일자리에 목말라하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정부도 경제활성화대책, 부동산경기 정상화대책, 가계부채대책, 창조경제 실현방안 등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취임 당시 1분기에 1.5%였던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는 3.9%로 높아지고,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등 나름대로 선방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침체 속에서 나온 2%대 성장은 회복 온기를 피부로 느낄 만큼 되지 못했다. 청년들의 취업은 여전히 어렵고,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장년들은 이어지는 폐업과 함께 신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1년은 경제민주화와 활성화 간의 정치적 공방이 치열했던 한 해였다. 100여개가 넘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절반 이상이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징벌적 하도급법, 신규순환출자금지, 일감몰아주기금지, 금산분리 등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유통법 등 동반성장정책 추진, 통상임금 범위확대 등은 급속한 엔저와 함께 기업투자환경을 더욱 어렵게 했다.

이제 박근혜 정부도 집권 2년차를 맞이했다. 경기변동 사이클로 볼 때도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서고 있는 금년 중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부터 경제활성화에 집중해 대통령의 신년구상처럼 3%대까지 하락한 잠재성장률을 4%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민소득 3만달러,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4만달러를 내다보는 퀀텀점프를 이뤄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달성하느냐다. 한국 임금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 원천기술은 부족하고 중국 등 후발신흥국들이 추격해 오고 있는 샌드위치 신세다. 이를 극복하고 글로벌경쟁력을 유지하는 길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길밖에 없다. 경제발전 단계에서 소득이 중진국 수준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가려면 물적 생산요소 투입만으로는 안된다. 생산성 향상이 필수다.

현 단계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구시대의 판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구시대 틀이란 제한된 자원을 정부가 필요한 부분에 배분하던 방식이다. 정부 규제와 공공기관이 그 수단이었다. 금융 등 주요 서비스산업을 규제하고 각종 공공기관을 만들어 정부가 장악하고 그 통로를 이용해 자원을 배분했다. 그 때문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비중의 공공기관을 보유하게 됐고, 규제 손길이 적게 미치는 도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등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만 과잉으로 커지면서 한국 경제 저생산성의 온상이 되고 있다.

판의 비효율과 저생산성은 부채를 증가시키는 등 이제 국민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구시대 유습인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공공성이 낮은 분야는 민영화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금융 교육 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도 더 이상 규제해서는 안된다. 규제를 혁파해 고임금에도 글로벌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고부가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내수가 진작되고 한국 경제가 퀀텀점프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창의성이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는 창조경제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꽃이 핀다. 우수한 인재들이 돈이 될 상품개발에 모여들고 될성부른 싹을 보고 벤처자금이 투자되면 창조경제는 꽃피는 것이다. 정부는 그런 생태계만 조성해 주면 된다. 무슨 기금들을 만들어 규제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 모든 새판 짜기 구상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근간이 돼야 한다. 경제혁신으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의 향후 3년은 한국 경제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중요한 시기다.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