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불통’ 논란도 꾸준히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취임 100일 및 대선 1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이 △갈등 조정 △비전 제시 △현안 파악 △소통 능력 등 리더십 구성 요소에 대해 각각 평점(100점 만점)을 내린 결과 소통 능력은 △취임 100일 54점 △대선 1주년 46점 등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낙제점인 40점 미만을 준 응답자(대선 1주년 조사 기준)도 전체의 30%에 달했다.

특히 청와대의 정치권 소통과 관련해선 야당인 민주당의 불만이 컸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께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당사자인 박 대통령께서 아직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계신다”며 “저는 공식적으로 정당 공천제 폐지와 관련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열 번도 더 넘게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아무 응답이 없다. 그러기에 ‘불통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의 이재오 의원은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대다수 국민의 응답에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고 반대로 가는 것이 불통”이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의 주류 의원들과 청와대 측은 이 같은 비판에 “원칙을 지키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말 “원칙대로 하는 걸 불통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말해 민주당으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유해하고 적합하지 않아서 못 사준다고 해도 엄마의 ‘불통’인 것이냐”고 주장하자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에 “공감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