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선행학습의 부작용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선행교육 규제’를 들고 나왔던 것도 그런 점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어설픈 규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학생이 우수해도, 아무리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도 교과 진도를 앞서 가서는 안된다는 게 말이 된다는 것인지. 이 세상 어떤 제도도 더 배우려는 의욕을 꺾을 수도 없고 꺾어서도 안된다. 1980년 과외금지 조치가 결국 폐지된 것도 다 그래서다.
선행학습금지법은 게다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의도와는 달리 사교육을 더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우수한 아이들이 학교에 남아 공부할 수 없게 만드는 법이다. 결국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선행교육 자체가 아니라 광고만 금지시킨 학원 규제가 사교육을 부추길 공산도 크다. 법을 집행하는 데도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디까지를 선행학습으로 봐야 할지부터 애매하고 명확한 기준도 없다. 현직 교사들조차 이 법에 회의적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선행학습금지법은 교육 포퓰리즘의 결과물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명분이 그럴듯하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토론도 없이 처리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가 무책임해도 이래서는 안된다. 19대 대한민국 국회가 만든 어리석은 법으로 역사에 기록될 그런 법이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